향가문학 알리는 일 서둘러야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Home > 사설 > 사설

향가문학 알리는 일 서둘러야

페이지 정보

경북신문 작성일18-01-09 19:54

본문

삼국시대 말부터 발생해 고려 초까지 존재했던 우리 민족의 고유 정형시가인 향가(鄕歌)가 있다. 순수한 우리 글로 표현되지 못하고 향찰(鄕札)과 이두(吏讀)를 빌어서 표기된 이 시가는 시이면서도 노래였다. 신라 진평왕 때의 '서동요(薯童謠)'에서 고려 광종 때 균여의 '보현십원가(普賢十願歌)' 11수에 이르기까지 약 370여 년 동안 성행했고 현존하는 작품으로는 '삼국유사'에 14수, '균여전'에 11수 등 모두 25수가 전해져 내려온다.
 향가의 문학적 가치로 보자면 우리 국문학의 보배다. 최초의 문자로 된 시가의 형태이므로 더 연구하고 대중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문학의 층위가 중국이나 서양문학보다 얕다고 푸념만 할 것이 아니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더 갈고 닦아서 보배로서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경주는 이 작업에 게으르다. 우리 국문학 전반에서 향가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밀쳐둘 일은 아니다. 경주가 나서서라도 우리 문학의 뿌리인 향가를 더 연구하고 대중화해 전 국민에게 보급해야 한다.
 최근 대릉원 돌담길에 시가의 길이 태어났다. 이 길에는 주요 경주를 대표하는 향토 시인인 박목월의 '나그네'와 김동리의 '갈대밭'을 비롯해 서정주의 '푸르른 날', 김소월의 '진달래 꽃', 신경림의 '갈대' 등의 작품들과 괴테의 '연인의 곁에서', 마야 엔젤로우의 '오직 드릴 것은 사랑뿐이리',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등 서양 시인의 작품들도 선보였다. 봄날에는 흐드러진 벚꽃길을 연출했다가 여름에는 짙은 녹음길을, 가을에는 깊은 단풍길을 보여주는 대릉원 돌담길에 시를 더 얹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시도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일은 여기에 향가를 몇 수 얹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문화유산을 더욱 널리 알리려면 이 기회에 서너 편이라도 걸어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난해 목월문학상을 받은 송재학 시인은 "내 시의 출발은 경주고 신라어로 된 향가시집을 내고싶다"고 했다. 자신이 시를 시작하게 된 것은 향가 때문이었고 향가의 주술성과 서정성에 매료됐다고 했다. 향가의 고향인 경주에서 향가의 존재를 아는 시민들은 얼마나 될까. 심지어 경주시의 문화행정을 입안하는 관리들 중 향가가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 알고 있는 이들은 어느 정도 될까. 더 늦기 전에 우리 문학의 최고(最古) 자산인 향가를 제대로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