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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의 현장에 주차장을 계획하는 경주시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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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1-2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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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를 방문한 외지인들은 통일전에서 곧바로 바라보이는 낭산 자락에 버티고 선 아파트를 보고 놀란다. 도대체 저 자리에 아파트 건축 허가를 내 준 경주시 공무원은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7번 국도를 따라 울산방면으로 가다가 낭상 위에 솟아 있는 굴뚝을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경주 종합자원화단지의 소각로의 굴뚝이다. 이 두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경주시가 경관에 대해 얼마나 무신경한지를 말해준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불국사 앞의 아파트 단지다. 그 아파트 부지는 당초 불국사 주차장 부지로 정해졌던 곳이다. 그곳에 주차장을 만들었다면 불국사를 찾는 모든 관광객들이 걸어서 상가를 둘러보게 된다. 마치 일본 교토의 청수사 주변과 같은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그 자리에 아파트가 섰고 지금 그 주변에 또 한 채의 거대한 주상복합 아파트가 선다고 한다. 경관은 차치하고라도 경주의 최고 문화재인 불국사 인근에 아파트를 허가해 준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물론 건축법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변명이다.
 이 와중에 경주시가 복원이 마무리 되고 있는 월정교 남쪽 들판에 대형 주차장을 계획하고 있다. 큰일이다. 그 자리는 월성과 도당산, 그리고 남산을 잇는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다. 더구나 주차장으로 짓고자 하는 그 자리는 '비형랑 설화'와 연관이 있는 두두리벌이다.
 밤이 되면 월성을 빠져나와 도깨비들과 어울렸던 비형랑. 왕의 명령으로 도깨비들과 귀교를 만들었던 비형랑의 전설이 깃든 중요한 설화의 현장 하나가 무심한 행정 편의주의로 인멸될 위기에 있다. 도대체 문화재와 역사가 피보다 귀한 자산인 경주에서 이런 일이 되풀이 돼도 좋다는 말인가.
 월성에서 두두리벌을 바라보며 도당산을 넘어 남산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경관 한가운데 대형 주차장이 선다고 생각하면 도대체 양식이 있는 사람들은 뭐라고 말하겠는가. 또 그 자리에는 문화재가 산재한 지역이어서 행정 마음대로 주차장을 짓지도 못할 곳이다. 주차장 지을 곳이 그렇게도 마땅하지 않다는 말인가. 물론 주차장은 건축물과 달라서 비판 여론이 들끓으면 없앨 수는 있다. 그러나 지었다 없애려면 그 예산을 누가 감당할 것이며, 한 번 인멸된 자연은 언제 복구될 것인가.
 새로운 곳에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 좀 멀더라도 친환경 전동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면 쾌적한 경주 관광이 가능해 진다. 그 정도의 과감한 시도를 하지 않은 채 천년 유적 코앞에 주차장을 세운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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