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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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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1-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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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가 30억원짜리 '희망대종'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더구나 종을 제작하겠다고 한 예산 30억원이 지역협력기금이고 그 돈은 장학금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거부감은 더 심했다. 그리고 지난해 포항 북부지역을 흔든 지진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알려진 것이어서 시민들의 상실감은 더 컸다.
 포항시는 내년 시 승격 70주년에 맞춰 30억원짜리 대종을 제작하기 위해 시청내 4개 부서 직원들로 태스크포스 구성에 나섰다. 포항시에서 구상한 것은 무엇일까. 경주시에서 성덕대왕신종을 본떠 제작한 신라대종과 같은 종을 갖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경주의 신라대종은 당위성이 있다. 오랜 전통을 가진 성덕대왕신종의 타종이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불가능해지자 그 전통을 잇기 위해 새로운 종을 만들어 맥을 잇자는 의미였다. 그런데 포항시의 희망대종은 확실하게 뜬금없는 발상이었다.
 시민들은 지난해 지진으로 546억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복고를 위해 1천440억원을 쏟아 부어야 할 포항시가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판에 현직 시장의 치적 쌓기로 보일 수밖에 없는 대종 제작을 추진한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그 지적은 온당하다.
 포항시가 추진하던 희망대종은 없던 것으로 하면 된다.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한 뒤 추진하면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체장들의 치적 쌓기식 사업 추진이 문제다. 더구나 선거가 가까워지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현직 단체장은 새해에 초도순시라는 명분으로 각 읍면동을 순회하면서 선심성 퍼주기식 사업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시민의 입장에서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다.
 지방자치제도의 가장 큰 맹점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다. 단체장들은 자신의 재선, 3선을 위해 각종 현역 프리미엄을 취대한 누린다. 그것이 4년 재임을 통한 노고에 대한 선물이라고 한다면 왜곡된 두둔이다. 단체장들은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봉직한 것이고 그것을 마치 희생으로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발상이다. 그러기에 현직 단체장이 누릴 수 있는 각종 편의를 포기해야 당당할 수 있다. 포항의 희망대종이 바로 그런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발전은 단체장의 능력과 시민을 위한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체장의 독단과 잘못된 판단은 발전의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후퇴시키기도 한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오해 받을 수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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