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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사업 화랑마을에 숙박시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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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2-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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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운영하는 화랑마을에 대규모 숙박시설이 포함돼 있어 지역 숙박업체가 반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화랑마을은 경주시가 지난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석장동 일원 28만여㎡ 부지에 사업비 1009억원을 투입해 교육휴양관광단지로 조성했다. 문제는 여기에 300여명이 동시에 숙박할 수 있는 생활관인 신라관을 세운 데 있다. 전국의 학생들이 화랑마을을 찾았을 때 모두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당연히 지역의 숙박업체가 반발할 만하다.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곳은 불국사숙박협회다. 이 지역은 청소년 전문 숙박업체들이 몰려 있다. 그들은 화랑마을에 숙박시설을 설치하면 화랑마을을 찾는 전국의 학생 투숙객들을 유치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물론 경주시는 화랑마을과 불국사 숙박단지의 거리를 생각할 때 어려움이 따른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화랑마을 안에서 교육을 마치고 바로 숙박을 할 수 있을 때 이용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훨씬 편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 판단이다.
 그러나 지역의 청소년 대상 숙박업체가 줄어든 수학여행 때문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생활관 조성은 피했어야 마땅했고, 최소한 숙박업체 관계자들의 의견 정도는 청취했어야 했다. 행정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시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하고 난 뒤 최선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또 한 번 경주시 행정의 불통을 드러낸 것이다.
 경주시의 해명은 "화랑마을을 단순한 수련원 기능을 넘어서 경주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개발 시키겠다. 기존 고객을 뺏어오는 것이 아니라 전체 관광객 수를 증대시켜 관광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화랑마을로 관광객 수가 증가하는 나비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주시는 화랑마을은 운영 첫해 운영비 33억원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수익은 22억원에 불과해 10억원 가까운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혹시 경주시가 이 적자를 매우기 위한 꼼수로 생활관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공익사업은 흑자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명분이 분명하고 공익적 가치가 뚜렷하다면 예산을 투입해서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숙박업체의 어려움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 시의 예산을 투입해 건립한 교육 수련원에 숙박시설을 넣은 것은 시민들의 항의를 받아 마땅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경주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개원하고 어물쩡 그대로 넘어간다면 시민을 위해 헌신해야 할 행정의 본연을 잃고 또 하나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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