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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가 변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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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3-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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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정월 대보름 행사가 경북도내 곳곳에서 열렸다. 십 수 년 전까지 만해도 농악놀이와 지신밟기, 산신제와 용왕제,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등이 행해졌으나 근래에는 달집태우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특이한 것은 수년전부터 이 달집태우기 행사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데 점이다.
 달집태우기는 세 개 또는 네 개의 굵은 나무를 깔때기 엎어 놓은 형상으로 세운 후 생솔가지나 나뭇더미 등을 그 안에 넣고 달이 뜨는 동쪽으로 문을 낸 달집을 만들어 달이 떠오르면 불을 붙여 태우면서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하는 풍속이다.
 달집태우기의 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대부터 풍요와 생명력의 상징으로 인식돼 온 달과 모든 부정과 사악을 살라버린다고 믿는 불의 정화력이 결합되어 일종의 기축 제의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해의 첫 보름날인 상원(上元)날은 달의 주술력이 극대화된다고 믿어, 이 시기 달과 관련된 제액초복 및 점복의 행사가 널리 행해진다.
 최근 곳곳에서 이뤄지는 달집태우기 행사의 모습이 얄궂게 변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우선 참여자들이 청년에서 노인들로 변했다. 농어촌에 젊은이들이 사라진 세태를 반영한 모습이다. 또 한 가지 볼썽사나운 변화는 이 행사에 많은 돈이 오간다는 점이다. 이 행사를 위해 지자체는 거액의 행사비를 예산으로 책정해 집행하고 있다. 모 지자체의 경우 마을마다 수백에서 수천만원 이라는 거액의 비용을 배정했다. 이 돈으로 마을 청년회와 노인회는 연예인을 초청해 공연을 벌이는 등 정월보름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특히 지자체선거가 있는 해의 경우 더욱 심하다. 선거에 재선, 삼선에 도전하는 시의원,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정월대보름 행사를 핑계대고 퍼주기 식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부 마을의 노인들의 행동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신을 밞는다는 명목으로 마을 상가와 기업을 돌며 수백만원의 돈을 갹출한다. 물론 이 돈으로 경로당의 경비나 찾아오는 손님들의 접대비로 사용한다고 하지만 최근 경기가 안 좋아 노심초사하고 있는 지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그 지역 고유의 민속행사가 발굴되고 적극 장려되는 것은 바람직 한 일이다. 하지만 본래 취지를 벗어나 정치적 행위로 이용되거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 돼서는 곤란하다. 경북도내 지자체, 특히 정월대보름 행사를 선거운동의 수단으로 활용할 꼼수를 부리고 있는 재출마 지자체장들은 우리고유의 민속놀이 취지를 변질시키며 까지 개인욕심을 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주민들도 덜 뜬 마음에 우리고유의 민속놀이의 본질과 표와 맞바꾸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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