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학연에 기대는 낡은 선거운동 버려야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Home > 사설 > 사설

혈연, 학연에 기대는 낡은 선거운동 버려야

페이지 정보

경북신문 작성일18-03-18 19:45

본문

올 연초에 김항곤 성주군수가 한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성주는 특정 문중 간의 갈등 때문에 수십 년 반목의 세월을 보냈다. 내가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면 그 갈등이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김 군수가 속한 김해 김씨와 성산 이씨의 갈등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선으로 바뀌면서 이 두 문중은 번갈아가면서 군수를 배출해왔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선지 김 군수는 일찌감치 3선 도전을 포기했다. 다음은 성산 이씨 문중에서 군수가 나올 차례라는 것이다.
 이 같은 기현상이 일어나는 곳은 성주뿐만 아니다. 전통적인 양반의 고장 안동도 마찬가지다. 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가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안동에서는 아예 시장과 국회의원의 역할을 나눠 번갈아 가면서 맡는다는 관행이 있어왔다. 성주와 안동은 그래서 "당의 공천보다 문중의 공천이 더 중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무슨 희한한 일인가. 조선시대도 아닌 21세기에 이런 일이 사실이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폐단이다. 특정 문중의 영향력으로 정치권력까지 독식하려 한다면 대명천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같은 폐단은 비단 특정 문중,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학연도 심상찮은 문제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일수록 심하다. 인구 이동이 적고 타지역과의 교류가 빈번하지 않은 도시일수록 혈연과 학연에 얽매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특정 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관직이나 공직, 혹은 사업에서까지 소외받는 경우가 생기니 심각한 일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자들은 혈연과 학연에 기댄 표밭 갈기에 여념이 없다. 평소 동문회에는 코도 내밀지 않던 인사가 문득 나타나 동문수학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표를 호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어느 학교는 동문회장을 아예 후보자로 갈아치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대도시로 유학을 떠났던 인사들도 학연의 끄나풀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이 현상은 어느 누가 봐도 부끄럽고 치졸한 방법이다. 문중에 기대고 동문에 기대는 인물이 훗날 한 지역의 시장이나 군수가 됐을 때 그 인연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친인척의 비리로 줄줄이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를 보고도 이 행태는 멈추지 않는다. 이번 서거도 이 오류는 계속되고 있다. 과연 과거의 낡은 인연에 기대 덮어놓고 표를 던지는 어리석은 유권자들이 아직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인물의 선명성과 능력, 그리고 비전을 살피고 선량을 뽑는 제대로 된 선거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