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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지열발전 탓이라는데 머뭇거리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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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5-0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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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의 원인이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으로 물을 주입한 탓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40년간 포항 흥해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을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시작된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규모 5.4 지진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유발한 유발지진이라는 것이다.
 이 논문의 논지를 살펴보면 우선 지하에서 높은 수압이 발생해 주변 지층을 갈라지게 하거나, 이미 형성된 단층을 미끄러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국내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2015년까지 포항 흥해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는데 2016년부터 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하면서 규모 2.0 이상 지진이 네 번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진이 처음 발생한 위치가 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하기 위해 땅에 박은 파이프의 깊이와 거의 같은 것으로 파악됐다. 포항 지진 발생 5일 전 연구진은 지열발전소 인근에 8대의 간이 지진계를 설치했는데 규모 5.4의 본진(本震)이 발생하기 9시간~6분 전 사이에 여섯 차례의 전진(前震)이 발생했다. 연구진은 전진이 시작된 진원(震源)의 깊이는 4~6㎞로 이는 본진의 진원 4.5㎞는 물론 지열발전소 파이프가 박힌 깊이 등과 엇비슷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국내 지진의 진원 깊이는 10~20㎞인 점을 감아하면 그 연관성을 높음을 입증한 셈이다.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에 논문이 게재됐다는 것은 그냥 보통 학술지에 글이 인쇄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논문 발표 전에 전과정을 검증, 검토하고 타당성을 조사한 후에 게재 결정을 내린다. 그렇기에 어느 학술지 보다 권위를 인정받으며 학자들 사이에서는 일대의 영광으로 여길 정도다.
 이런 학술지에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는 것은 거의 공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이 이번 논문과 함께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해 유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스위스와 독일, 영국 연구진의 논문도 함께 재제된 것을 보면 학술적으로는 규명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정부 포항지진조사연구단은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지열발전과 포항 지진이 연관돼 있을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연관성을 명확하게 판단하려면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인정하지 못하고 사과와 보상에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쪼그라든 업체와 정부의 권유로 참여한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 차라리 정부가 쿨하게 인정하고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더 머뭇거리다가는 다가온 지방선거 때문에, 정치적인 부담 때문이라 오해 받기 십상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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