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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학적 후보단일화 시민이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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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5-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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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의 시계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후보자들의 마음도 초조해진다. 아무리 애를 써서 지지도를 끌어올리려 해도 의도한대로 쉽게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다. 장밋빛 공약을 내놔도 시민들은 귓등으로 듣는다. 그동안 거창하고 달콤한 공약에 한 두 번 속은 것이 아니니 더 이상 뜬구름 잡지 말라는 식이다. 또 아무리 절절하게 지지를 호소해도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거대 이슈가 블랙홀이 돼 드러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이 와중에 경주의 선거판에는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바로 '후보단일화'라는 정치공학적 계산법이다. 아직 어느 후보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시민들이 판단도 하기 전에 정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의 합종연횡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시민들은 아직 후보자들의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듣지도 못했다. 이제 각 후보자들이 공약을 들고 나와 정책을 설명할 때가 됐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좌판에 상품이 진열돼 그 상품에 대한 품평이 이뤄지기도 전에 하나의 상품에 다른 상품을 끼워주겠다고 하는 식이다. 시민들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후보단일화는 정치적 철학과 비전이 거의 유사한 후보들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주로 독자적으로 싸워 이길 수 없는 약자 후보들이 합쳐 선거 양상을 뒤집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들은 뜻이 맞아 단일화를 이뤘다고 할지 모르나 특정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가지는 상실감은 크다. 이 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정치생명을 걸고 단일화를 해야 한다.
 지금 경주시장 선거판에서 특정 후보의 운동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한 어느 후보가 자신들의 캠프에 합류했고, 또 어느 후보와는 단일화할 것이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위험한 말이다. 아직 그 말을 꺼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정치적 소양을 갖춘 시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우선 운동원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시민들에게 충분한 비전을 제시한 후 뜻을 같이 하는 후보들끼리 시민의 뜻을 물은 뒤 단일화를 시도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바른 길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시민의 뜻을 묻지도 않고 후보자들끼리의 단일화를 시도한다면 시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을 수도 있다. 이건 여야를 막론하고 명심해야 할 일이다. 아직 선거일은 많이 남았다. 선거에 나섰다면 소신대로 시민들에게 정책을 내놓고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기본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무조건적 단일화는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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