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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시장에서 위장쇼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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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5-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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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거가 시작된 모양이다. 서울시장 안철수 후보가 시장에서 상인이 입에 넣어주는 주전부리를 받아먹는 사진과 영상이 뉴스로 떠올랐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 어설픈 쇼가 아직 주효할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그는 참 어리석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시장통에서 돼지국밥을 말아먹는 모습을 광고로 활용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묵을 먹는 모습을 뉴스에서 보여줬다. 그들이 과연 그 음식을 즐겨먹었을까? 그리고 평상시에 시장에 들러 영세상인들의 삶을 가까이서 살펴본 적이 있었을까? 대구 서문시장 화재 때 박 전 대통령은 현장에 내려가 상인대표와 면담을 한 뒤 피해 상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를 떠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대통령이나 서울시장 선거 때만 이런 모습이 연출되는 것은 아니다. 6·13 지방선거에서 이름을 걸어둔 모든 후보자들은 장날이면 어김없이 시장바닥을 누빈다. 그들은 허리를 90도 넘게 꺾으면서 명함을 건네고 한 표 부탁한다고 사정을 한다. 더러는 대통령 후보들이 했던 대로 어묵도 먹고 파전도 먹는다. 그들이 시장바닥에 나타나면 이제 상인들은 오히려 부담스러워 한다. 김무성 전 한나라당 대표가 시장에 나타나서 그 모습을 연출했다가 상인이 제발 떠나달라고 호통을 치던 때도 있었다.
 시장이 아니라 어느 곳이든 표가 있는 곳에 후보자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평상시에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영세 상인들과 막막한 어둠과 추위 속에서 절망스러워 하던 소외계층들에게 손을 내밀고 희망을 속삭여 준 기억이 있는지 기억해 내야 한다. 그런 적이 없다면 그야말로 이 장면은 '위장쇼'다. 선거 때만 나타나 표를 달라고 외쳐대는 후보들은 오히려 그들에게 외면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의 의식은 높아졌다. 왕후장상이나 장삼이사나 선거에서는 평등하게 단 1표만 행사할 수 있다. 그들의 표가 축적돼 후보들은 당선되거나 낙선될 수 있다. 평소에 돌아보지 않았던 계층들에게 새삼스러운 모습으로 호들갑을 떤다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지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일같이 산해진미만 먹을 것 같던 이들이 어느날 문득 질척거리는 시장바닥을 들쑤시며 어묵을 먹고 만두도 먹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식상함과 함께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후보자들의 행동은 정직해야 하며 일상이 이처럼 소박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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