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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 수준 보여주는 50년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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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5-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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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언론에 '지방선거 공천이 50년 죽마고우의 우정을 갈라놓았다'는 내용이 느닷없이 등장했다. 연합뉴스에서 아침부터 보도됐고 jtbc 뉴스룸의 '비하인드 뉴스' 코너에도 언급됐다. 뉴스에 등장한 당사자는 최양식 경주시장과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이다. 최 시장과 김 의원은 경주의 계림초등학교와 경주중학교를 같이 졸업했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최 시장과 경찰간부를 지낸 김 의원은 공직생활을 서울에서 함께 하면서 돈독하게 모임도 같이 했다고 했다. 그리고 김 의원이 경주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도 당정협의가 매우 원활하게 돌아갔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달 9일 경주시장 경선 후보에 최 시장을 컷오프시키면서 두 사람 사이가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이 벌어졌다. 최 시장의 지지자들이 김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로 찾아가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김 의원을 향해 "친구끼리 그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 시장도 지난달 30일 무소속으로 경주시장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에 영향력이 있는 김 의원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배제했다며 "경주의 주인은 국회의원도 아니고 특정 정당도 아닌 오직 시민"이라고 말해 친구인 김 의원에게 섭섭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최 시장의 공격에 김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 친분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여론조사를 통해 객관적 자료로 공천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전국의 주요 뉴스를 타고 소문이 나버린 두 정치인의 토막나버린 우정이 경주에서 일어난 일이라 시민들은 부끄럽다. 정치란 그렇게 냉혹한 것이다. 물론 최 시장은 자신의 친구가 공천권을 가지고 있으니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지지율이 가장 높으니 당연히 공천이 될 것으로 확신했을 것이다. 김 의원도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공천을 하지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다만 공정한 룰에 의해 공천이 진행됐다면 두 사람이 서로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소문이 날만큼 우정에 금이 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억울할 것이다. 최 시장은 자신의 지지율을 믿었고 김 의원은 원칙적 과정을 거친 공천이었다는 것이다. 과연 누가 더 억울한 것일까. 50년 우정이 한순간 사라질 정도로 이번 공천이 개운하지 않았던 것인가. 우리 정치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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