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뮬리와 국민 문화수준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Home > 사설 > 사설

핑크뮬리와 국민 문화수준

페이지 정보

경북신문 작성일18-09-16 19:25

본문

핑크뮬리가 만개하는 시절이 다가오고 있다. 경주 첨성대 뒤쪽 동부사적지 핑크뮬리 단지에 핑크뮬리의 분홍색 자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언젠가부터 핑크뮬리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핑크뮬리는 여러해살이풀로 볏과 식물이다. 본래는 미국의 서부나 중부의 따뜻한 지역의 평야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전세계적으로 흔히 조경용으로 식재된다. 우리 이름으로는 '분홍쥐꼬리새'로 '꽃 이삭이 쥐꼬리를 닮은 풀'이라는 뜻을 가졌다. 분홍색 풀이 신비로운 모습을 자아내 이 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경주시는 지난해 840㎡에 불과했던 핑크뮬리 단지를 4170㎡로 확대하고 포토존과 탐방로 시설물을 새롭게 정비했다. 우리나라에 핑크뮬리 군락지는 많다. 그 가운데서도 경주 첨성대의 핑크뮬리 단지는 가장 인기가 높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많다. 핑크뮬리는 잔디와 달리 한 번 밟으면 쉽게 죽어버리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군락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비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경비원의 눈을 피해 군락지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 한다.

   우리 국민성의 수준이 드러난다. 경비원이 연신 호각을 불어 대도 안하무인인 사람들이 많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도 아직 그 선을 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적으로는 당당하게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해 주지 않는다. 바로 문화의 수준 때문이다.

   아주 작은 사례가 되겠지만 핑크뮬리가 만발하는 가을에 군락지를 가보면 우리 국민들의 문화적 수준을 어서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걱정이 앞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휴대전화를 큰소리로 이용하거나 중고등학생들이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떠드는 모습도 쉽게 목격된다. 전세계적으로 공중도덕을 가장 잘 지키지 않는 민족으로 중국을 꼽는다. 하지만 핑크뮬리 단지에 가면 우리 국민들이 중국인들과 무엇이 다른지 구별하기 힘들다.

   경주시가 관광객과 시민들을 위해 조성해 둔 핑크뮬리 군락지는 우리 시민들과 국민들의 의식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이번 가을에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문화의식이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