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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복원과 재현 신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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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9-2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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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왕경 복원이다. 실제로 월성, 동궁과 월지, 황룡사, 월정교 등에서 이 사업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복원과 재현이라는 경주시의 역점 시정이 지나친 면이 있어 유적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중 올해 말부터 추진키로 계획된 동궁과 월지의 정전 건물 복원사업은 당대의 건축양식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증이 없는 가운데 발굴을 강행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주시의 입장은 발굴을 거쳐 거기서 확인된 결과에 따라 건축물을 복원하겠다는 작정인 것 같지만 바닥의 유구를 두고 건축의 외양을 짐작하는 것은 코끼리의 코만 더듬는 격이 딜 수도 있다. 물론 우리의 고대 건축양식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연구 성과가 나올 때까지 왕경 복원을 미뤄둘 수는 없다는 경주시의 조바심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왕경 복원을 반드시 당대에 해야 한다는 고집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오릉에 박혁거세의 동상을 세우려다가 문화재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힌 경우는 경주시가 얼마나 재현이라는 개념을 모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형물은 고도의 품격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유적이나 문화재 주변의 조형물 설치는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전문가들의 자문과 깊은 고민을 거친 후에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대릉원에 포토존을 설치하려 했다거나 경상북도 교육청이 남산 자락에 있는 화랑교육원 운동장에 2층 누각을 건립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발상이어서 놀랍다. 대릉원과 남산은 해수욕장이나 놀이공원 같은 유락 시설이 아니다. 이 같은 문화 마인드로 천년 고도 경주의 문화재와 유적을 복원하고 재현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면 정말 위험하다.

   경주는 다른 도시와 다르다. 한 번 훼손하면 2천 년의 역사가 인멸된다. 굳이 신라시대의 유적이나 문화재뿐만 아니다. 근대문화유산도 신중하게 보존하고 재현해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철도 이설사업으로 기능을 잃게 되는 경주역을 허물고 그곳에 행정타운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지난 민선 6기에 세운 바 있다. 없애는 일은 간단하지만 다시 그 역사를 복원하는 일은 어렵고 어려운 일이다. 경주시는 왕경복원사업과 문화재 재현과 활용사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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