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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도층 드러내는 자선 이제 그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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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9-2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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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주시 선도동 주민자치센터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시민이 찾아와 추석에 외롭게 보내실 분들을 위해 전해달라며 시가 100만 원이 넘는 선물을 두고 갔다고 전해졌다. 이름 없는 기부 천사는 해마다 이 일을 되풀이 하지만 한사코 자신의 신원을 밝히기를 거절하고 있다고 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누군가에게 자선을 베푸는 일이란 그리 쉽지 않지만 자신의 선행을 남들에게 밝히지 않는 일도 쉽지 않다. 
 해마다 추석이나 설날, 연말연시가 되면 소외된 이웃을 도우려는 독지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당연히 우리 사회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소외 이웃은 명절이나 특별한 기념일에 더욱 외로움을 느끼고 상대적 결핍감을 느낀다. 이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나누는 행위야 말로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종교단체나 사회봉사단체의 활동과 독지가들의 나눔은 이 무렵 절정을 이룬다. 
 그런데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유독 이 무렵에 집중되는 정치인이나 단체장들의 활동은 그리 아름답게 비춰지지 않는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들의 연례행사는 어쩐지 진정성이 결여돼 보인다. 복지시설을 찾아 손을 맞잡고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언론에 배포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정치인이나 단체장들은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데 그만한 효과를 찾기 힘들겠지만 그들과 함께 사진에 찍힌 이들의 입장을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정치인이나 지역사회 지도층들의 소외 계층 방문은 연중 이뤄져야 한다. 굳이 여러 사회단체에서도 복지시설을 찾는 명절 러시아워에 보여주기식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방문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선도동 주민자치센터를 찾은 익명의 독지가를 본받아야 한다.  
 사회 지도층의 자선행위는 누가 뭐래도 당연한 일이다. 거창하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의무다. 그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언론에 드러내는 일은 이제 자제하는 것이 옳다. 
 자선을 행하는 주체는 그것이 자랑스럽고 보람될지 모르나 받는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쑥스럽고 극단적으로는 비참한 생각까지 들 수 있다. 아무런 표시를 내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선행이야 말로 진정한 베풂이다. 정치인들의 드러내기는 선거 때의 표로 이어지겠지만 그 반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재래시장을 찾아 순대나 어묵을 먹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조용하지만 남모르게 듬뿍 베푸는 따뜻한 추석이 돼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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