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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증기금, 서민대상 족쇄 풀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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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10-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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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증기금이 제3자 연대보증 폐지 이후에도 그 이전 보증분에 대해 구상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서민들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보증 부실로 신용보증기금이 구상권을 청구한 업체가 7만6천250개이고, 구상권 잔액은 12조6천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연대보증인이 있는 업체의 구상권 잔액이 4만1천342개사, 10조3천446억원으로 전체 82%를 차지했다.  
 특히 구상권기간이 10년을 초과한 제3자 연대보증인은 1만5천68명에 이르고, 이들의 구상권 잔액은 2조1천955억원에 달했다. 이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과거 보증을 섰다가 부실이 발생하면서 10년 넘게 빚을 대신 떠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기업경영에 상관없는 주채무자의 가족, 동료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도 많다. 경북 구미시의 K모씨는 2001년 소상공인창업자금으로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2천700만원을 보증 받아 국민은행으로부터 3천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K모씨는 건강식품 대리점 계약을 하면서 사기를 당해 대출금 전액을 날리는 피해를 당했다. 그 후 K모씨는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보증사고 처리됐고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채무 독촉을 받는 과정에서 당초에는 없었던 배우자 연대보증까지 세우게 됐다. 연대보증인이 된 배우자도 힘들게 일해 번 돈으로 일부 변제를 해오다 지난 2007년경부터는 주채무자인 K씨가 말기신부전으로 병저 눕자 그마저도 깊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연대보증인이라는 족쇄가 15년 가까이 채워져 있어 은행대출을 물론 신용카드를 만들거나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을 할 수도 없다. 온가족이 족쇄에 묶여 있는 꼴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이태규의원이 지적한 대로 현재 보유한 제3자 연대보증 구상권을 포기하고,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또한 K모씨와 같이 건강을 상실해 경제활동능력을 없거나 회생능력이 업는 주채무자에 대해서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채무를 탕감하는 등의 감면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도 관련법 조항을 손질해야 한다. "탕감 내지 소멸시효 적용을 시키고 싶어도 관련법에 근거가 없다"는 보증기금관계자의 답변을 분석해보고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면 적극 나서야 한다.

   정책금융이라고 해서 기존 금융권이 도입하고 있는 회수 불능 채무에 대한 탕감 등 감면조치를 도입 않는다면 이는 곧 형평성 논란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 연대보증인이나 보증채무자들 사이에서 "되도록이면 보증기금 만큼은 받지 말라"는 소리가 왜 나오고 있는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기관이 족쇄만 채우고 회생의 기회는 주지 않는다면 서민들은 누굴 믿고 생활해야 하는지 정책입안자들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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