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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버투어리즘 미리 대책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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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02-2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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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서울 대학로 인근 이화동의 벽화마을은 명소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이 마을 주민들은 벽화를 지우기 시작했다. 밤낮으로 밀려오는 관광객들이 버리고 같 쓰레기와 소음 등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랜만에 괜찮은 관광 콘텐츠가 마련됐는데 주민 스스로 그 자원을 인멸해 버린 것에 대해 더러는 아쉬워하고 더러는 분노했다. 그러나 역지사지 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관광객들의 여유롭고 호사스러운 여행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화동 벽화마을뿐만 아니라 북촌 한옥마을, 서촌 세종마을, 통영 동피랑마을, 전주 한옥마을, 경상북도에 산재한 민속마을 등도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점차 관광객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관광객들로 말미암아 주민들의 생활이 피해를 보는 소위 '오버투어리즘'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곳의 가옥들은 개인 소유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대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기본이고 허락을 받지도 않고 마당으로 진입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이 생겨난 것은 최근 관광 트렌드가 유적지, 공원, 테마파크 등 전통적 관광자원을 방문하는 것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현장을 보는 것으로 옮아가면서 생겨났다. 과거에는 관광지와 주거지가 분리돼 있었지만 이제는 주거지가 바로 관광지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관광객과 주민들은 갈등이 생겨난다. 그래서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일반 주거지역이 관광지화됨에 따라 실생활에 불편을 겪는 주민이 이주에까지 이르는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관광객이 떠난 자리에는 쓰레기가 뒹굴고 주민 생활에 필요한 시설 대신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 기념품숍, 숙박시설, 식당들이 자리를 잡았다. 주민들은 결국 자신들의 주거지를 내줘야 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경주도 머지않은 시기에 '오버투어리즘'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주민들의 삶의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될 것은 뻔한 일이다. 부탄은 자국의 민족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매일 관광객 숫자를 제한하고 있고 비싼 비자비를 부과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미리 머릿속에 넣어둬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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