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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항, 촉발지진이라는 함정에 빠져서는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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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03-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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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포항지진의 원인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그 내용을 요악하면 100% 자연지진도, 그렇다고 100% 인공지진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계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촉발지진'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포항지진은 촉발지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발이면 유발이고 아니면 자연지진으로 발표하면 될 것을 '유발을 촉진했다'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론 일부 시민들도 참으로 궁금해 하고 있다.
 
이번 '촉발지진'이라는 발표에 대해 포항시민들은 자칫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이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 만들어 낸 조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이런 표현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포항시민들에게 굉장히 위험하다. 선출직 공무원들을 위주로 이번 지진을 애써 자연지진이 아니라 촉발지진이라는데 무게를 두며 내세우는 이유는 자연지진이라고 할 경우 포항이 지진지역이라는 오명을 쓰게 돼 향후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다. 아마도 이런 논리 뒤에는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의도 또한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기회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 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촉발지진이라는 단어 이면에는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불리고 규정지어지면 지금 당장 약간의 지원은 더 얻어 낼지 모르지만 자연지진이라는 점이 무시 돼 이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분명 이번 지진의 한 원인으로 앞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경주지진이라는 요인이 있다. 그 응력이 작용해 이번 포항지진에 미쳤다는 사실을 전문가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런 성황에서 유발 또는 촉발지진이라는 점만 부각되고 자연지진이라는 점은 묻힌다면 과연 앞으로 닥칠 자연지진에 대해서는 누가 대비를 하는가 말이다. 포항지진 이후 포항지역은 물론 인근지역까지 자연지진에 대비해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신축건물은 물론 기존 건물까지 내진보강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지진발생 후 사후 행동요령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전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고 지속될 기미마저 보였다. 참으로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촉발지진이라며 자연지진이라고 하면서 마치 자연지진이 포항에서 평생 일어날 것 같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 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포항시와 정치권, 특히 시민들은 촉발지진이라는 함정에 스스로 빠지지 않아야 한다. 지진의 방아쇠를 당겼으면 그것이 유발이지, 그렇다면 유발지진으로 명명해야지 발표그대로 촉발지진 운운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촉발지진이라는 사전에도 없는, 던져준 미끼를 덥석 물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보상은 최대로 받아내되 향후 자연지진에 대비한 제도와 보완 장치마련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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