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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목월생가 방치한 경주시 각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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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05-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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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이 한국 현대문학사에 끼친 공로는 굳이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의 시는 우리 서정시의 틀을 만들었고 전통시의 계보를 이어 지금에까지 이르게 했다. 그의 제자들은 현대문학의 주류를 형성했고 그 아련하고 눈물겨운 시들은 지금 읽어도 벅찬 감동을 준다. 그가 경주 출생이라는 점은 경주시민들에게 엄청난 자랑거리다. 더구나 소설문학의 대표격인 김동리도 경주 출신이어서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 문학의 본류가 경주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박목월의 생가가 6년 전 23억원의 예산을 들여 복원해 놓고도 한달 평균 600명 정도의 관람객만 다녀갈 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하니 놀랍고도 안타깝다. 6년 전 생가 복원 당시 경주시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경주의 문학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문화 저변을 넓히겠다는 생각이었다. 박목월이라는 인물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복원해 놓고 나서 경주시는 손을 놓고 말았다. 주차장에는 잡풀만 무성하고 생가 마당은 아침에 비질을 한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채 휑뎅그레 바람만 분다. 사람들이 모인다면 발자국이 찍혀야 할텐데 관리인이 아침에 쓴 빗자루의 자국만 선연하다.
 
독일의 괴테 생가나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 생가에는 연일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그들은 자국의 위대한 예술가의 생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예술가의 자료를 수집해 놓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리고 도슨트를 두고 관광객들이 예술가의 생애에 대해 질문하면 언제든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이탈리아의 줄리엣 하우스는 아예 문학작품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집을 가상으로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줄리엣 하우스를 찾는 이들은 그 집이 역사 속에 존재한 실제 인물이 아닌 허구인 문학작품 속의 인물이 살았다고 가정해서 만든 집인데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인 로미오가 줄리엣의 집 발코니 밑에서 세레나데를 부르는 장면을 상상한다.
 
우리나라 풍자소설의 대가인 김유정의 생가는 춘천에 있고 춘천시는 그 집을 김유정 문학촌으로 만들어 비교적 성공하고 있다. 박목월이 김유정보다 지명도에서 떨어지는 인물이 결코 아님에도 경주시는 생가만 복원해 놓고 관리를 민간단체에 위탁한 채 방치하다시피 했다. 문화관광도시를 표방하는 경주시의 행정으로 보건대 이것은 도저히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경주시민 10명에게 물어보라. 목월생가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기까지 경주시는 무엇을 했는가.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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