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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주 관광 손톱 밑의 때부터 벗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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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08-0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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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경북신문기자] 인도 영화 '토일렛'은 결혼 전 집 안에 화장실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한 남편이 결혼 후에 그 약속을 지키지 않자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신부의 실화를 그렸다. 2017년 인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이 영화는 인도 사회의 변화 움직임을 잘 드러낸다. 인도는 집 안에 화장실을 두지 않는다. 힌두교에서 사람의 배변은 부정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집 안에 화장실을 짓지 않았던 것이 지금까지 전통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이른 아침 인도의 들판과 철로변에는 아침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 늘어선 인도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도를 여행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이 바로 화장실이다. 물론 외국인의 숙소에는 화장실은 물론 화장지까지 갖춰져 있지만 여행 중에 만나는 급한 용무를 해결하는 데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인도의 농촌이나 기차역 주변에서 느끼는 악취는 정갈한 성격의 여행자들의 비위를 뒤틀리게 만든다. 사정이 이 정도에 이르자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한 이후 '청결한 인도'를 제1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5년 임기 동안 200억 달러를 들여 화장실 1억1100만개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기까지 했다.

  중국도 인도에 못지않았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불교가 전파된 낙양의 백마사 화장실은 악명이 높았다. 참배객들이 배설한 대소변이 뒤엉켜 마치 개울처럼 흐르는 화장실에 외국인들은 범접하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중국 공중화장실은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국은 대변혁을 일으킨다. 그 계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중국은 올림픽 이전에 전국의 화장실을 개조해 악명 높은 화장실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공중화장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청결함을 자랑한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아마 88올림픽을 계기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한 걸로 알고 있다. 그 후 전국의 공중 화장실은 마치 가정집의 화장실처럼 청결하고 쾌적하게 변했다. 여행객들은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화장실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주의 관광지나 해수욕장의 화장실이 악취 때문에 관광객이 코를 싸맨다고 한다. 대표적인 곳이 계림의 공중화장실이고 지금 한창 피서객들이 들끓는 해수욕장의 화장실이다. 계림의 화장실은 방치된 채 악취와 불결함에 휩싸여 있고 해수욕장의 화장실은 피서객의 부주의로 불결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물론 경주의 모든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것에 한계가 있겠지만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멀쩡한 신사복을 차려입고도 손톱 밑의 때를 벗겨내지 못한 형국이 될까 두렵다.

  청결과 친절은 관공도시의 기본기다. 어느 한 곳도 빈틈없는 관리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의무다. 바쁘다, 놓쳤다고 해명할 때 그 악취에 질린 관광객들이 경주에 대한 악평을 쏟아내고 그 소문은 일파만파 번져나간다. 디테일에서 승부가 난다. 정신 차려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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