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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단체장은 천수관음보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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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08-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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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무리를 거느린다. 그리고 권력의 성패는 무리의 건전성에서 결판이 난다. 동서고금을 통해 권력 주변 인물의 활약 여부에 따라 꼭짓점을 차지하고 있던 인물의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를 허다하게 경험했다. 그것은 비단 왕이나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여지없이 적용되는 진리다. 그만큼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어떻게 단속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권력의 힘이 좌우된다.

  선출직 공직자, 즉 시장이나 국회의원은 자신을 지지하는 핵심 인물을 지지기반으로 한다. 그들이 선거운동도 하고 유권자의 표를 몰아오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을 통해 그들은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의 의견을 대폭 받아들이고 제시하는 일정에 따라 동선을 결정한다. 과거에는 지지자들이 선거자금을 구해오기도 했다.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이 워낙 엄중하게 바뀌고 나서는 금전적 거래관계는 어느 정도 정리된 듯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은 시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선거가 끝나면 논공행상이 진행된다. 단체장들은 자신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에 선거에서 공을 세운 이들을 앉힌다. 번호표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선거에서 공을 세운 이들을 가만히 떠올려보고 비중에 따라 자리를 결정한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또 대부분 그렇다. 논공행상을 진행하다 보면 분명히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러면 다시 불만을 제기한 사람을 달래기 위해 비어 있는 자리를 물색하고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문제는 단체장을 선거에서 이기도록 노력한 공로를 끼친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다음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시민들의 눈은 어둡지 않다. 일거수일투족을 노려보고 있다가 그 평가를 다음 선거에서 내린다. 과거 친인척이나 최측근의 비리나 배신으로 비참한 말로를 맞았던 권력을 생각해 보면 참 어렵고도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단체장을 도운 이들은 시중에서 모두 '시장의 오른팔'이라고 말한다. 어떤 이는 '왼팔'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른팔과 왼팔이 둘만 아니라는 점이 괴이하다. 단체장들은 얼마나 많은 팔을 가졌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제대로 된 측근은 겸손하고 정직하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중에는 '가까이 하면 오만하고 멀리하면 원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단체장이 챙겨야 할 사람은 측근이 아니라 시민이다. 그 시민들 입에서 측근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단체장에게로 돌아간다.

  단체장은 '천수관음보살'이 아니다. 두 팔만 가진 평범한 시민이다. 그 두 팔로는 시민을 보듬어야 한다. 다음 선거에 연연하는 정치공학적 계산을 하는 단체장에게 미래는 없다. 자칭 '오른팔, 왼팔'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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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