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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말과 글의 왜곡, 두고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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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10-0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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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민정음'이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특정 음절을 비슷한 모양의 다른 음절로 바꿔 쓰는 것, 혹은 그런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멍멍이'를 '댕댕이'로, '명곡'을 '띵곡'으로, '유쾌'를 '윾쾌'로 표기하는 방식이다.

  도대체 무슨 짓인지 혼란스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글 모양새를 바꿔서 나름대로 재주를 부린 것인데 젊은이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문자나 언어의 발달에 사회성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본다면 당대의 구성원들이 합의에 의해 쓰는 문자나 언어는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무조건 나쁜 합의라고 말할 수 없다.

  신조어의 등장은 무자비하다. 최근 자주 등장하는 '인싸'라는 말은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인사이더'를 세게 발음하면서 다소 변형한 형태로 표기한 것이다. '복세편살'은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줄인말이고 '삼귀다'는 '사귀다'보다는 못하지만 가까운 사이를 일컫는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신조어의 발생은 그 빈도가 가팔라져서 나날이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하고 방송에 등장하는 소위 '인싸'들도 이 신조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해 도대체 우리 말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의심하게 한다.

  그러나 이 조류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최근 어느 취업 기업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인 5명 중 3명 이상은 신조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과 두잇서베이가 공동으로 한글날을 맞아 회원 38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더니 '신조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4.8%는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답했다.

  또 신조어 사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신조어가 한글을 파괴한다고 생각해서'(39.8%,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반면에 신조어 사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총 응답자의 35.2%)도 있었다. 그 이유로 '신조어를 쓰는 문화가 재밌다'(27.6%)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언어'(27.3%)가 1, 2위로 꼽혔다.

  아무리 신조어가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언어라 하더라도 우리말과 글의 정직성과 아름다움은 지켜야 한다. 나날이 무너지고 바스러지는 우리말과 글을 보면서 우려를 표할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사회 전반이 나서서 우리 '훈민정음'의 틀을 지키고 가꿔야할 때가 왔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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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