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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장정치` 지금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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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10-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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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정치가 본격적으로 우리 정치사의 한가운데로 진입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광화문 촛불집회 때부터다. 그 모습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각종 의혹을 두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조 장관에 대한 찬반 집회가 주말마다 대규모 인파를 몰고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3일 광화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의 집회는 과거 촛불집회의 규모를 방불케 했다.

  이 집회를 이끈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3일 집회가 끝나고 난 뒤 투쟁본부에서 회의를 거쳐 (정기 집회로 만들지)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본부가 주장하는 바가 빨리 달성되지 않으면 정기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서초동에서 열리는 검찰개혁과 조국 수호를 외치는 진보단체의 집회와 양분될 것이 분명하다. 서초동 집회는 지난달 28일 7차 집회에 이어 5일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도 예고하고 있다.

  과연 이 현상이 바람직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상실'이라고 진단한다. 정치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해 군중이 광장으로 모이는 것이다. 국회를 비롯한 제도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국민이 보다 못해 길거리로 나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번의 양상은 양대 진영이 명확하게 나뉘어져 끝없는 대결 국면으로 나설 듯한 기미여서 더 위험해 보인다. 더 우울한 것은 정치인들도 자신들의 능력으로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 군중들을 등에 업고 나서서 단산 위에서 목청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정치가 철저하게 무력화된 현실이다.

  광장정치는 민주주의의 초기 단계에서나 있었던 방식이다. 대의제도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포기하고 광장으로 나선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 정치의 이런 모습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가파른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일이 이 모양에 이르기까지 끌고 온 정부와 여당에게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반듯하게 판단하고 겸허하게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반대 의견에 대한 통찰을 했어야 했다. 이미 때가 늦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더 이상의 파행을 거듭하기 전에 어떤 결단이라도 내려야 한다. 광장정치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국정마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진영 논리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은 어떤 위기에서도 지혜롭게 건너온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는 민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 더 이상의 국력 소모는 안 된다. 일본이 호시탐탐 시비를 걸고 있고 북미대화도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상태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더 이상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는 안 된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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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