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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니클로 광고가 또 민족감정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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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10-2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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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부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중심에 서 있는 유니클로가 15초 분량의 '유니클로 후리스:LOVE & FLEECE편' 국내 CF방영을 시작했다. 광고는 90대 할머니와 10대 소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만들어졌다. 소녀는 할머니를 향해 "스타일이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어요?(How did you dress when you were my age?)"라고 질문한다. 할머니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답한다. 그게 전부다.

  그런데 국외 CF 할머니의 대사는 "그렇게 오래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했는데 국내에서 방영된 광고의 자막에서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라고 자막을 달았다. 이 광고가 송출되자 국민들은 일제히 분개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유니클로 영상과 캡처본과 함께 '유니클로가 의도적으로 위안부 할머니를 저격했다'는 게시글이 퍼졌다. 그리고 국민들은 '일본은 역시 음흉하다', '반성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다', '불매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유니클로는 한국에서 사라져라'라는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유니클로 측은 물론 의도하지 않은 사고라고 변명했다. 그 변명을 지금 곧이들을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80년 전'이라고 자막을 깐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광고 자막에서 언급된 80년 전은 1939년 일제강점기로 한국의 여성들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고 남성들은 강제 징용을 당하던 때였다. 대화에서 나오지도 않은 말을 자막 처리해 놓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고 변명한다고 해서 누가 그 변명에 동의하겠는가.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이 막 시작되던 지난 7월 초 오카자키 타케시 CFO(최고 재무책임자)가 "한국에서의 불매운동 움직임이 판매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 주고 있는 만큼 그 영향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불매운동의 불을 지핀 적이 있다. 현재 유니클로의 광고는 모두 내려졌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 대다수가 유니클로의 그 오만한 의도가 깔린 광고를 기억한다.

  물론 이 시각이 일본 정부의 시각이지는 않겠지만 일본의 기업 중 하나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에 대한 관점이 담겨져 있으므로 불쾌함은 오래 갈 것 같다. 최근 유니클로 매장이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이 광고로 말미암아 유니클로의 불매운동은 다시 가열될 것이 분명하다.

  이낙연 총리가 일본왕의 즉위식에 참석하면서 한일간의 갈등이 어느 정도 조정될지 주목되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의 기업이 가진 오만한 관점이 불거져 국민들은 아뜩한 심정이 아닐 것이다. 아베가 가진 대한민국에 대한 고정관념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일본 기업의 광고를 우리는 결코 느슨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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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