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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종석이 쏘아올린 사회적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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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11-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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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불출마 선언은 정치권 내의 파장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중대한 분수령이 됐다. 그것은 바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른바 86세대는 정치의 전면에 배치돼 적지않은 논란을 낳았다. 보수 우파들은 임 전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이 86 주사파로 짜여져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공격했었다. 임 전 실장이 청와대에서 물러나자 그 논란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86세대에 대한 색깔론이 완전히 잦아든 것은 아니었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뜻하지 않게 '86세대 용퇴론'이 불거졌다. 임 전 실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해 제도권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NGO 활동을 통한 조국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는 선언이 곧 민주당 내의 86세대들이 본격적으로 물러섬으로써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안고 있는 정치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 바로 용퇴론의 핵심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임 전 실장은 아직 입을 다물고 있지만 임 전 실장과 함께 86세대로 분류되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임 전 실장의 개인적인 선택을 정치적 해석으로 둔갑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장 "인위적 물갈이는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임 전 실장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중요하게 받아들여야지 나머지 사람들의 거취문제를 들먹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모든 사람이 다 나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남아서 일할 사람들은 일하고 다른 선택을 할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 정치의 가치나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의원도 자신을 비롯한 86세대를 정치적 기득권층으로 묶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우 의원은 "조국 전 장관 사태 파동 이후에 우리 세대에 대해서 이런저런 질타가 쏟아졌다.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돼 있다고 말한다. 약간 모욕감 같은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들이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헌신했던 역할을 잊고 지금에 와서 용퇴하라고 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느낀다는 뜻이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이 이처럼 정치권이나 사회 전반에 던진 파장은 우리가 지닌 이념적 양극화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른 이념을 가진 집단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것이 사회 갈등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임 전 실장의 선언이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왜곡하지 말고 개인의 가치 추구라는 것으로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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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