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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밤이 아름다우면 관광자원은 두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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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11-0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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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도시의 밤은 또 하나의 자원이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일수록 여행자들은 그 도시의 은밀한 매력에 빠져든다. 세계의 유수한 관광도시들 대부분은 밤 문화를 제대로 키워 놨다.

  우선 도시의 야간경관을 최대한 부각했다. 경관조명을 활용하기도 하고 건물이 내뿜는 조명을 자연스럽게 이용하기도 한다. 낮 시간 유적지나 관광 포인트를 즐기던 여행자들은 야간에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도시를 구경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선다. 우리 문화와 유사한 아시아권 도시 가운데 밤의 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꼽을 수 있다.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 바라보는 야경은 환상 그 자체다. 오랫동안 꾸며온 경관의 결과물이 여행자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또 싱가포르의 인위적 경관은 인간이 만든 예술품과 같다. 마리나 베이를 중심으로 오랜 세월 가꿔온 경관 조명은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경주의 밤도 서서히 변모하고 있다. 동궁과 월지는 낮보다 밤이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신라 외궁의 수려한 모습은 야간에 조명이 칠해지면 황홀해진다. 그리고 건너 월성의 동쪽 사면은 은은한 경관조명으로 신라천년의 비밀스러운 설화가 느껴진다. 그뿐만 아니다. 동부사적지의 고분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쌍둥이를 찾을 수 없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 고분들을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경관조명은 경주의 밤을 품격 있게 만든다. 다만, 첨성대를 둘러싼 색이 가미된 조명은 경박하다.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붉고 푸르스름한 조명은 신라의 대표적 석조유물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당장 고쳐야 할 '옥의 티'다.

  그러나 경주의 원도심은 밤이 되면 으스스해진다. 불황의 늪에 허덕이는 상점들은 해만 지면 문을 닫아버리고 간판 불마저 꺼버리니 당연히 도심은 마치 흉흉한 도시로 변하고 만다. 경주가 제대로 된 야간 관광을 일으키려면 원도심의 밤풍경을 바꿔놓아야 한다. 원도심의 밤이 밝아야 여행자들이 스며든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라우파삿 사테 스트리트는 낮에는 금융 중심가지만 오후 6시만 넘으면 왕복 8차선 도로를 통제하고 한 입 크기로 썬 고기를 나무 꼬치에 꿰어 구워 먹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꼬치 요리인 사테를 파는 포장마차들이 들어차게 만든다. 싱가포르를 찾는 여행자들은 이 거리에서 사테에 시원한 생맥주를 곁들이며 열대의 밤을 식힌다. 그것이 도심의 밤문화를 제대로 활용하는 예다. 경주의 원도심도 그런 용기를 가져야 한다.

  경주뿐만 아니다. 경상북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안동도 그렇고 심지어 포항의 밤문화도 고민해야 한다. 밤이 아름답지 않으면 여행자들이 그 도시를 떠올리는 기억의 총량이 반으로 줄어든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의 기후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다른 도시에서 흉내낼 수 없는 밤문화를 만드는 일은 현재 우리가 가진 관광자원에서 두배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계기가 된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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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