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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족식의 진정성을 공직 내부가 느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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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0-01-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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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적극적이다. 신년 시무식부터 화두를 '청렴'으로 들었으니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경주시는 2일 열린 올해 시무식에서 주낙영 시장과 간부 공무원들이 직접 경주시민의 발을 씻겨주는 '청렴 결의 세족식'을 가졌다.
   세족식은 타인의 발을 씻어주는 예식으로 원시시대부터 전해온다. 몸을 정결하게 하자는 의미로 시작된 세족식은 육체의 정결뿐 아니라 정신을 맑게 하고 영혼마저 정결하게 하겠다는 의미로까지 승화됐다. 예수 그리스도는 최후의 만찬장에서 겉옷을 벗고 12제자의 발을 씻겼다.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겼다고 성경에 전한다. 여기에 배신의 아이콘 가롯 유다의 발까지 씻겼다고도 전한다.
   주낙영 시장은 왜 시무식부터 시민 대표를 모셔놓고 손수 발을 씻겨주는 의식을 치렀을까.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경주시의 청렴도가 하위권에 맴도는 것에 대한 심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다. 취임 이후 줄기차게 공직사회의 청렴에 대한 주문을 했지만 시민이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지 않는 것이 얼마나 야속했겠는가.
   이날 세족식에서는 주 시장과 이영석 부시장, 간부공무원 등 12명이 시민 대표 12명을 모시고 진지하게 발을 씻겼다. 그리스도가 12제자의 발을 씻어주던 최후의 만찬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주 시장은 이날 최소한 청렴 실천에 대해서는 '배수의 진'을 쳤다고 봐야 한다. 시민의 발을 씻기며 공직자의 육체적 정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정화해 '섬김의 자세', '겸허한 마음'으로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으니 이제 주 시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한 셈이다.
   여기에 전직원이 '청렴다짐 결의문'까지 낭독했다. 결의문에는 법과 원칙 준수, 부패예방, 청렴한 공직사회 구현, 공익우선과 지위·권한 남용이나 이권 개입, 알선·청탁을 하지 않고 금품·향응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세족식을 마친 주 시장이 공직자들에게 "시장이 이 정도의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있으니 제발 좀 따라와 달라"고 주문한 모양새다.
   주 시장의 진정성에 대해 공감한다면 이제는 공직자들의 자세 변화만 기다려야 한다. 물론 경주의 모든 공직자의 청렴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경주시 공직사회의 청렴도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다 하더라도 그것을 평가하고 바라보는 시민들의 가치 기준이 달라서 청렴도 조사에서 하위권을 차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민이 체감할 정도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각오를 공직자들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아무리 청렴을 외쳐도 시민과 마주하는 공직자의 자세가 흐트러진다면 '최후의 만찬'처럼 비장한 각오로 신년벽두를 장식한 주 시장의 바람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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