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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주시 오버투어리즘 미리 방책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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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0-01-0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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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올겨울 국내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다. 8일 현재 관객수가 1362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이를 대적할 국내영화 '백두산'이 760만명의 관람객을 넘어선 것을 보면 약 2배 정도의 흥행기록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겨울왕국' 제작진이 '아렌델 왕국'을 구상하는 데 영감을 준 마을인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가 오버투어리즘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할슈타트는 알프스 빙하가 녹아 생겨난 호수와 호숫가를 둘러싼 자그마한 주택들이 동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소금광산이 유명하며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할슈타트는 사계절 관광객이 넘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추고 있어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길에 반드시 거치는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그런데 최근 핼슈타트의 주민들은 관광객의 숫자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쓰레기가 넘쳐나고 물가는 급등해 주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관광객들이 무절제하게 드론을 띄워 안전사고의 위험과 사생활 노출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할슈타트의 주민 1인당 관광객 수는 오버투어리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6배에 이른다고 한다.
   할슈타트의 알렉산더 슈츠 시장은 영국 '더 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할슈타트는 이 지역 문화사에서 중요한 장소이지 박물관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관광객의 숫자는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싶다고도 했다.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마을을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다룬다. 슈퍼마켓은 기념품 판매점이 돼 버렸고 진짜로 식료품을 사야 하는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할슈타트의 관광객 대부분은 중국·일본·한국인이다.
   부러운 일이지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사례다. 경주의 황리단길은 최근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엄청난 숫자의 관광객이 늘어나 주민의 삶 자체가 자유롭지 못하다. 오버투어리즘에 이른다 하더라도 할슈타트처럼 관광객이 넘쳐나길 바란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 정도의 상황이라면 서민들의 경제가 활기를 띌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경주 황리단길의 새벽길을 걸어보면 경주도 할슈타트가 가지는 고민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업소들이 무분별하게 투기한 쓰레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 설거지는 환경미화원이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매우 위험하다. 경주가 가진 정갈하고 고풍스러운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적당할 때 미리 방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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