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9일 이번 총선에서의 불출마를 선언하고 자유한국당에 신설합당을 추진하자고 전격 제안하면서 지지부진하던 보수통합에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당과 보수신당의 합당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거나 총선을 앞두고 선거연대 정도는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던 정치권에 한 판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정당이 다가오는 4·15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대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통합을 놓고 담판을 계속 미뤄왔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통합을 바라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마저 받았다. 지금에 와서 합당을 추진하자는 제안을 한 유 의원의 전격 제안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시기를 놓쳐 통합의 효과를 극대화 하지 못한 면이 없잖아 있다.
　  유 의원에게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박근혜 탄핵이었다. 그러나 한국당에서 '탄핵의 강을 넘자'고 얘기하면서 조건없는 통합을 요구했었다. 유 의원이 통합을 제안하면서 끝까지 사족을 단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변한 게 없는데 합당으로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합당 결심을 말씀드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솔직히 이 고민이 제 마음을 짓누르고 있음을 고백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황교안 대표의 통합 제안에 즉답을 미뤄오던 유 의원은 보수 통합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압박이 결단을 내리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선언한 것으로 통합 협상의 물꼬를 트고 그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은 유 의원의 정치적 모험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한 것이 모험의 증좌다. 결국 다음 대선에서 보수의 대표로 나서겠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유 의원이 모험을 건 데에는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험지 출마를 하면서 희생을 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는 불출마와 함께 공천 지분이나 당직도 갖지 않겠다고 강수를 들고 나왔다. 이 같은 유 의원의 선언에 대해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불출마가 아니라 수도권 험지에 나와서 보수 승리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곧바로 맞받아쳤다. 그만큼 보수진영이 이번 총선에 거는 의지가 절박하다는 뜻이다.
　  유 의원이 선언으로 보수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정치의 미래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통 큰 제안을 한 유 의원과 통합의 절박함을 느끼고 있는 보수정당 전체의 선택은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치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각자의 셈법으로 난립하는 보수 정당으로 나설 것이 아니라 하나 된 모습으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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