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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 발언은 불신만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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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08-12-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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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여신 ‘미네르바’ 이름을 사용하는, 다음의 토론카페 아고라의 활동가 미네르바를 둘러싼 소동이 한때 온나라를 뒤끌게 했다.

소동은 미네르바의 글에 열광하는 네티즌에서 시작되었다. 올 3월부터 지금까지 그가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를 심각하게 지적한 글을 포함한 글 200여 편을 아고라에 붙이자, 열렬히 호응하는 네티즌들이 생겼다. 그는 제대로 위기의 핵심을 짚는다 하여 ‘최고의 인터넷 논객’으로, ‘에측에 능하지 못한’ 경제 각료들과 비교되었다. 현재, 다음 카페에는 그의 글만 모아놓은 카페, 그를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가 개설돼 있고 그를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까지 추켜 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미네르바 소동의 증폭에 기름을 부은 것은 정부와 논객 등 언론들이었다.

온라인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식을 쌓고 함께 사유하는 공간들이 있다. 네이버의 ‘지식 검색’은 쓸모 있는 지식만이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분명히 쓸모 있는 지식이 가득하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다 맞는 해석과 설명만을 싣고 있지는 못 하지만 늘 업데이트를 해 나가며 부정확한 설명 가능성이 높은 항목에는 그 사실을 밝혀 둔다. 문제의 논객 미네르바가 활약하는 다음의 토론카페 아고라에는 지성을 의심하게 하는 글과 댓글들도 많지만 함께 의견을 나누고 토론도 하는 기능이 분명히 뛰어나다.

 집단의 풍부한 인적 자원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휴머니즘을 부른다고 집단지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미네르바 소동이 이렇게까지 증폭된 제일 원인은 정부의 골통적 근시안에 있다. 사태가 벌어지면 으레 ‘배후가 누구냐’를 물어 배후만 잡으면 된다는 식의 발상이 미네르바 소동 배후에도 보인다. 미네르바 의견에 네티즌들이 뜨겁게 호응하는 까닭은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이 토건∙건설경기 부양과 ‘있는 자들’을 위한 쪽으로만 가는 데 대한 불만과 불안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건만 정부는 그런 진단을 들어보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국민의 불안한 경제 정서 배후를 찾을 뿐이다.

미네르바가 인기 있는 논객인 것은 현재의 현상이다. 이 현상이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다. 현재도 미네르바 의견의 전문성, 타당성에 모든 네티즌들이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집단지성의 공간에서 미네르바가 사유와 분석의 칼날을 세운 멋진 글을 계속 써나간다면 미네르바 현상은 오래 갈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현상은 곧 스러질 터이다. 집단지성은 끊임없이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어, 있을 만한 현상만 지속시킬 것이다.

인터넷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네르바의 예언이 정부 정책 보다 몇배나 신뢰도가 높은 이유도 즉흥적 발언들과 무관하지 않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조급증은 실수가 따라다니기 십상이다 정책의 생명은 믿음이다 방법론이 동반되지 않은 당국자 들의 즉흥 발언은 불신만 증폭 시킨다 이제는 조그만한 일에도 귀를 기울려야 하며 경제 기초 체력 다지기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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