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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생가 복원 좌고우면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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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3-07-3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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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나 경제인, 예술가들의 생가를 복원하는 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사람이 어린 시절 무엇을 보고 자라고 누구와 교류했으며 어떤 자연환경에서 자랐느냐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어떻게 본다면 따로 기념관이나 박물관을 세우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위인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후세는 깊이 생각하고 배우려 한다. 물론 개인의 능력과 성향에 따라 그 위인의 성장과정을 모두 본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모범사례가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김동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가 복원을 서두르자는 의견이 다시 대두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각종 기념사업이 있지만 그것들은 세월이 지나면 다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가 복원 사업은 생전의 동리를 기억하는 후배들이나 친인척이 생존해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미 그 자리가 개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매입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복원 의사를 강하게 가지면 지주들은 기회를 틈타 터무니없는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보상사업이 그런 까닭에 지지부진하지 않는가.

하지만 동리가 가지는 무형적 가치를 생각한다면 다소 과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서둘러야 한다. 터키 정부가 생존해 있는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 ‘순수박물관’을 그대로 재현해내 문화관광 인프라로 삼은 경우를 떠올려 본다면 김동리의 생가 복원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유럽은 작가의 생가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동화나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를 테마파크로 꾸미는 경우가 허다하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이야기를 꾸민 스위스의 마이엔펠트는 압권이다. 왜 우리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는가. 김동리의 문학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제대로 활용한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진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다. 창작뮤지컬 ‘무녀도동리’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리의 생가부터 복원하는 것이 순서다. 예산을 들먹이며 차일피일하는 것은 매우 소모적인 일이다. 뜻을 모아야 한다. 예산 투입은 당장 드러나는 효과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먼 세월을 겨냥하고 투자의 가치를 차츰차츰 되찾아 내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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