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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에서 피어나는 새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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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4-02-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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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붕괴사고로 10명의 어리고 젊은 생명이 숨졌지만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얼음 속에서 피어나는 노란 복수초처럼 새 봄에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고 있다. 자녀의 희생으로 속가슴이 찢어졌을 부모들이 가해자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을 경찰에 내고도 모자라 다니던 고교와 대학, 그리고 성당에 장학금과 성금까지 내면서 온 나라에 따스한 새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고 박주현양의 아버지 박규생씨는 지난 24일 사고수사본부가 차려진 경주경찰서를 찾아 사고 관계자 등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를 제출하게 된 동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빨리 모두의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가 맡은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일부 잘못이 있는 분이 만약 있으면 기회를 줘 그분들이 국가와 지역사회에 다시 봉사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러면서 코오롱, 마우나오션개발, 시공사, 자재납품회사 관계자 등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그리고 그는 다음날 딸이 다녔던 부산의 덕문여고에 장학금 1004만원을 기탁했다. 이 장학금을 기탁한 동기가 더욱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여고 시절 제 아이는 건강 이상으로 소중한 머리카락이 없이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제 아이처럼 건강에 문제가 있어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에게 치료(치유) 목적으로 사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들은 또 딸이 입학한 부산외대 비즈니스일본어과와 가족이 다니는 성당에도 각 1004만원씩의 장학금과 성금을 기탁했다.
앞으로 이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은 장학금이 어떻게 기증된 것인가를 알면 자신들도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통 장학금이 아니다.
사랑과 용서는 또 다른 사랑과 용서를 낳는다. 역시 리조트 참사로 함께 숨진 고 고혜륜양의 부모도 부산외대에 장학금을 기탁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오후엔 ‘'레크리에이션 강사’라는 30대 남성이 부산외대를 찾아 100만원을 전달했다. 그는 학교 측에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을 수없이 진행해온 레크리에이션 강사로서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레크리에이션 강사 최정운씨 등을 위한 추모비 건립에 써달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고 한다.
리조트 붕괴 후 사고원인을 두고 부실공사 등의 말이 이어지면서 리조트와 시공회사 등에 온 국민들의 매서운 시선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잇따른 용서와 온정의 행위는 순식간에 온 국민들의 마음을 녹인다. 내가 모르는 이웃들에게도 너그러워지라는 큰 가르침을 준다. 이들이 뿌린 사랑과 용서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우리 사회가 아직도 살 만 한 곳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으면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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