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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개방, 신중히 검토해야 할 단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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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4-06-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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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쌀 비축 창고에는 안 팔린 수입쌀 50만t이 보관돼 있다. 20년 전 한국이 쌀 시장 개방 시기를 미루는 대가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부터 의무 수입하는 물량(MMA)이다. 최근에만 보더라도 2008년 9만3000t에서 2010년 18만2000t, 2012년 30만t 등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국민 식생활의 질이 좋아지고 있는데 의무 수입쌀은 품질이 나빠 잘 팔리지 않는 것이 주원인이다. 이같이 넘쳐나고 있는 수입쌀 재고는 국내 쌀 농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 유예로 의무수입물량(MMA)이 계속 늘어나면서 좀처럼 쌀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쌀 자급률은 92%로 MMA 9%를 합치면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양상은 20년 전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면서 일찌감치 예고됐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대부분의 농산물 시장이 전면 개방됐지만 한국은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개방을 미뤘다. WTO는 그 대가로 회원국들이 생산하는 일정 물량의 쌀을 매년 의무적으로 저관세(5%)로 사들이도록 했다. 수입쌀은 개방 첫해인 1995년엔 국내 쌀 생산량의 1%에 불과했지만 2004년엔 4%, 올해 9%까지 늘었다. 쌀 시장 개방을 계속 미룰 경우 매년 2만씩 MMA를 늘리기로 합의한 결과다.
 문제는 이렇게 수입한 쌀은 아무리 재고가 많아도 재수출이 금지되고 무조건 한국에서 소비해야 한다. 지난해 MMA 보관료만 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90억원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도 매년 비싼 값에 쌀을 들여올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2004년 한국이 쌀 시장 개방을 10년 더 미루면서 WTO 회원국과 유예협상을 할 때 나라별 MMA 쿼터를 받았다. 매년 중국으로부터 11만6000, 미국 5만, 태국 2만9000, 호주에서 9000 등을 수입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내년으로 다가온 쌀 시장 개방을 또다시 미룰 경우 MMA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의 경우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쌀 시장 개방 유예 시 한국의 MMA는 2025년 94만t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전체 국내 생산량의 22.2% 수준이다. 게다가 개방 직전의 MMA는 앞으로도 영원히 들여와야 한다. 과히 수입쌀 폭탄을 맞게 된다. 일본이 1998년 일찌감치 관세화를 결정한 이유도 바로 MMA물량에 있다. 쌀 농가로부터 뭇매를 맞을지도 모르지만 또한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농민들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수준에서 관세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방을 미뤄 수입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국내 쌀 농가를 보호할 여력마저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 농민들과 단체들도 어떤 것이 현명한 선택인가를 신중히 고민해 볼 때가 됐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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