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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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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4-08-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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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과의 '행복했던 5일'은 끝이 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 뒤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 정홍원 국무총리 등의 환송을 받으며 로마행 대한항공편으로 출국했다.
 4박5일의 짧은 방한 기간에 이토록 대한민국에 신선한 충격을 준 인물이 있었을까. 교황은 닷새 내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했으며, 평화와 정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메시지와 낮은 곳을 지향하는 소탈하고 파격적인 언행으로 국내에 엄청난 환영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신드롬'이라는 후광까지 남겼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죄 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고 말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서로 간 무력충돌과 반목을 중단하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이어 "이제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하자"면서 "도움을 간청하는 이들을 밀쳐내지 말라"고 주문했다. 교황은 미사 직전 위안부 할머니의 손을 꼭 잡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교황은 특권을 버리고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며, 행동과 실천의 본보기로 국민의 가슴을 적셨다. 지난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을 방문,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을 축복할 때였다. 아기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한 명 한 명 이마에 축복의 키스를 하던 도중에 한 아기가 눈앞에 교황이 얼굴을 들이대도 딴 곳을 응시한 채 자신의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아기의 무뚝뚝한 반응에 주변 사람들이 다소 당황하고 있을 때 교황이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재치를 발휘했다. 자신의 손가락을 아기의 입에 갖다 댄 것이다. 아기는 그제야 교황을 의식한 듯 교황을 바라보며 교황의 손가락을 마치 엄마의 손가락인 양 빨았다. 교황 손가락을 잡고 입으로 빨려고 놓지 않는 아기를 흐뭇한 미소와 함께 잠시 그대로 지켜보던 교황은 손가락을 뺀 뒤에도 침 묻은 손가락을 닦지도 않은 채 한동안 아기를 바라봤다.
 참 종교인의 모습에 온 국민은 감격했다. 고속성장을 이룩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로지 '투쟁의 외길'을 걸어온 대한민국. 교황의 방한은 삶의 본성(本性)을 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은 아닌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가뜩이나 사회 구석구석에 '총체적 비리' 가 만연해 있는 시점이다. 선진사회를 향한 새로운 지평(地平)을 어떻게 열어야 할 것인가. 교황이 던진 '희생과 화해'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우리 사회에 울림이 크다.   
 '경제 기적'을 이루며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 이제 '영성(靈性)의 회복'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교황의 방한이 대한민국에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 우리 국민이 어떻게 그 변화의 전기(轉機)를 마련할 것인가.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돼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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