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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원전 非理, 언제까지 감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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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4-09-2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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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원전 불신(不信)을 부추기는 자료가 국회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베일에 가려진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자 인근 주민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철저하게 은폐된 사실들이 국회의원에 의해 마지못해 밝혀지고 있으니 '안전하다, 틀림없다'는 당국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정수성 위원(새누리당, 경주)은 24일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월성 원전 양식장에 들어간 순수 온배수(溫排水)는 전체의 18%에 불과하며 나머지 82%는 바닷물을 끌어다 섞어 쓰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다. 온배수는 원전에서 수증기를 냉각하는 데 사용한 후, 방출하는 따뜻한 물로서 환경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와 어업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큰 위험물질이다.
 원전 주변에 온배수 양식장을 운영하는 것은 온배수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는지를 어류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양식장에 온배수는 거의 쓰지 않고 일반 바닷물을 쓰면서 '어류가 안전하다'고 홍보한다면 엄연히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온배수 양식장에서 연간 4톤씩 생산되는 성어를 보면서 안심했던 국민은 한수원의 '눈가림' 꼼수에 배신감을 느낀다. 제때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니 의문만 증폭되고 주민들의 불안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배덕광 의원(새누리당)은 기장군 고리 원전 2호기가 설계도를 무시하고 시공됐으며, 이 때문에 지난달 25일 폭우 때 가동 중단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배 의원은 "지난달 발생한 고리 원전 2호기 사고는 빗물이 케이블 도관(導管)을 통해 순환수 건물 지하로 유입돼 펌프 제어 기기가 침수되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고를 부른 케이블 도관이 1981년 작성한 설계도에는 분명히 밀봉하게 돼 있는데 지금까지 밀봉되지 않은 채 가동됐다는 설명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나 1983년 당시 운영 허가를 내준 과학기술처(현 미래창조과학부)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계 당국은 원전이 설계도와 달리 시공됐다는 사실을 지난 31년 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김제남 의원은 '원전비리'의 현주소를 그대로 밝혀냈다. 한수원은 지난 2012년 말부터 현재까지 시험성적서 등 품질서류 위조와 관련, 256개 업체와 238명의 업체 관계자, 21명의 한수원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원전 비리가 워낙 많아 지난해 10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중간발표를 했는데도 그 이후에도 비리 숫자가 줄지 않는다는 것은 개선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정부는 원전안전과 관련된 사실은 철저히 공개하겠다고 나섰지만 한수원과 규제기관은 일단 '비공개'가 원칙이다. 국회의원에 의해 뒤늦게 밝혀지는 원전 비리, 원전은 국민의 눈에는 여전히 '비밀의 정원'이다. 원전이 국민의 신뢰에서 멀어지는 이유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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