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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폐지 팔아 기부한 할머니가 던진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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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05-1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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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정말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이 많다. 그 가운데 고령층들이 수레를 몰면서 폐지를 모으러 다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하루 수천원의 폐지 판 돈으로 용돈을 하면서 산다. 하기 좋은 말로 그 행위가 오히려 운동이 된다고 사회적 책임을 무마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더운 여름날이나 혹독하게 추운 겨울날에도 폐지를 모으는 노령층은 하루도 쉬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응급 복지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런데 자신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으면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폐지 팔아 모은 돈을 기부한 영주시의 한 할머니가 있어 충격적인 감동을 주고 있다. 그 할머니의 말은 더욱 우리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린다. "매일 폐지를 팔고 받은 동전에 뭐라도 묻어 있으면 더러워서 돈을 받지 않을까 봐 하나하나 깨끗하게 닦아가며 모았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편견으로 자신의 폐지 수집이 대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았다는 뜻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처지에도 누군가를 도우려는 생각을 냈다니 참으로 멀쩡하게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럽다.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손자 2명을 키우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보호 대상자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할머니의 기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5월 50만 원을 시작으로 같은해 12월 30만 원, 올들어 지난 2월 30만 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이번까지 합하면 네 번이다. 모두 160만원의 기부금액은 적지 않은 돈이다. 할머니의 마음속에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증거다.
   영주의 할머니가 던진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각성을 촉구한다. 우리 사회에는 거금을 기부하는 기부왕들이 많다. 그들의 기부 정신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칭송을 받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전통은 어느 시대에나 전해진다. 가진 자들은 자신의 몫을 나눠 사회적 약자에게 나눠주는 전통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하라'고 가르쳤다. 혹여 자신의 기부가 자신의 사회적 명망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이 없지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영주의 할머니가 던진 나눔의 감동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되새기게 해 준다. 자신의 곳간을 채우는데 급급한 이기적 자세를 허물고 우리 주변에 숨죽이면서 최악의 생활을 버티는 이웃을 생각해야 한다는 긴급한 호소로 들린다. 영주 할머니의 사례는 부풀려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심성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 순수 그 자체다.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우리 주변의 넉넉하게 가졌지만 나눔에 인색한 이들에게 혹독하게 내려치는 회초리이기도 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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