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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언론에 재갈을 물릴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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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5-03-0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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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 법' 소위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벤츠 여검사'처럼 공직자가 거액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길이 없는 현행 형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됐다. 이 법은 국가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이 법안에는 문제점이 많다. 우선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빠져나갈 구멍은 큰 반면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및 그 가족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점은 과도하다. 특히 언론인을 그 대상으로 한 것은 언론인들에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발상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언론인에게 사회적으로 높은 윤리가 요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며 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최대한의 자유를 누려야 할 존재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제정되는 법에 한데 묶어 적용될 대상이 아니다.
 한국기자협회도 즉각 성명을 내고 언론사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데 유감을 표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이 언론인을 법적용 대상으로 넣은 데에는 언론사의 현실, 특히 열악한 취재환경에 있는 지방언론사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결과다. 국회의원과 유력정치인들이 매일 접하는 중앙언론사의 정치부기자들은 정치인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셔야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치인들도 이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지방언론사의 경우 어떤가? 과거 90년대 까지만 해도 간혹 밥을 사는 공무원과 기업인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가 못하다. '한 두 명이어야 밥을 사지' 하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힘없는 지방신문의 기자들은 금품수수는 커녕 매일 언론중재위원회나 협박, 공갈 위협에 노출돼 있고 혹시라도 민사사건에 휘말릴 경우 높은 변호사비를 감당 못해 다퉈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검찰과 경찰은 소위 기자를 기소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해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기자라는 신분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때가 많다. 언론인을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공익적 성격을 띤 언론사와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월급의 일부라도 지원받는 언론사와 순수한 민간 언론사는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 이제 공은 헌재로 넘어온 형국이다. 위헌으로 결정 나면 정치권과 공직사회로선 법이 휴지가 돼서 좋고, 합헌으로 결정 나도 언론을 통제하기 쉬워지는 점에선 나쁠 게 없는 셈이다.  김영란법, 당초 취지대로 공직자로 그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 언론은 자체 윤리강령을 강화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있지도 않을 장래의 위법성을 이유로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는 없는 일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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