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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동시선거, 이제 礎石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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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5-03-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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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전국적으로 일제히 치러진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 지난 2011년 농협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처음 실시된 이번 선거의 핵심은 과연 불법타락선거와 흑색비방선거의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선거는 '공명선거 추구' 측면에서는 실패했다. 그러나 조합장선거에 새로운 민주적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에서는 그 의의가 크다.
 이번 선거는 일반 공직선거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선관위가 직접 관리했지만, 금품살포와 흑색선전 등 불법, 혼탁선거로 얼룩져 '공명선거'를 추구하겠다는 당초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중앙선관위는 기부 행위 제한이 시작된 지난해 9월21일부터 10일 현재까지 위법행위 746건을 적발해 고발 147건, 수사의뢰 39건, 이첩 35건, 경고 525건 등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조합당 적발건수는 0.56건으로 최근 4년간 개별 조합장 선거 때 위반수준과 비슷하다. 더구나 선거가 끝나고 추가신고가 들어오면 조사하지 않을 수가 없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는 전체 위반 사례 가운데 39%인 291건, 고발 중 66%인 97건이 기부행위 등 돈과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정도 수준이면 공명선거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한다. 과거 개별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나왔던 이른바 '막걸리 선거'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조합장은 여전히 지역에서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함을 보여주었다. 최고 1억원이 넘는 연봉과 그에 맞먹는 업무추진비, 인사권, 사업권 등을 가져 지역 내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통한다. 5억 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 원을 쓰면 낙선한다는 '5당4락(五當四落)'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조합장을 하면 상당한 반대급부가 돌아온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전국동시선거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앞으로 개선해야할 부분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선거는 '깜깜이 선거'로 불렸다.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토론회와 합동연설회가 금지돼 후보자를 홍보할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인맥선거, 불법선거가 더욱 기승을 부린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가 일일이 조합원들을 만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현 조합장의 '현역 프리미엄'을 뛰어넘기가 어려워졌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조합장선거도 앞으로 제도를 보완하면 깨끗한 풀뿌리 선거로 정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이번 선거로 인해 지역 민심이 갈라지는 일이 없도록 승자와 패자는 아량과 승복으로 다시 지역민으로 돌아가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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