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드러난 우리의 민도(民度)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Home > 사설 > 사설

메르스로 드러난 우리의 민도(民度)

페이지 정보

경북신문 작성일15-06-21 17:12

본문

 메르스로 온 국가가 혼란에 빠지고 경제까지 휘청이고 있다. 유통, 관광 등 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계조차 세월호 사고 때보다 더 심하다고 하소연한다.
 메르스 자체보다도 메르스에 대처하는 정부와 사회, 개인들간의 불신이 증폭되는 더 무서운 현실이 온 나라를, 지역 사회를 무겁게 누르고 있다. 메르스로 정부의 무능, 개인의 무책임, 사회 일부의 지나친 반응 등 우리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우리들에게 깊은 자괴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바레인만 간 게 아니고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갔다는 사실을 숨긴 1번 환자에서부터,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대처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확진자가 다녔던 병원공개마저 시기를 놓쳐 더 많은 감염자를 낳게 했던 당국, "병균 다 퍼뜨리겠다"며 마스크를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고 검사 결과도 기다리지 않은 채 걸쇠를 부수고 진료소를 벗어나 택시를 타고 집에 간 환자, 서울삼성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신고 않고 메르스 증세가 있는데도 다중시설을 돌아다닌 대구의 공무원,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진과 그 가족들의 신상까지도 인터넷에 공개하며 '주의하라'고 퍼나르는 네티즌들... 참담하지만 모두 우리의 가까운 이웃들이다.
 이와 반대로 메르스로 격리된 친구에게 손편지를 쓰는 학생들, 메르스로 헌혈이 줄자 헌혈에 나선 사람들, 메르스 방역봉사, 메르스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일손돕기 봉사에 나선 사람들도 모두 우리의 모습이다.
 이처럼 메르스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아무래도 부정적인 면이 우리에 더 많은 충격을 주고 해외에도 그 모습이 더 강하게 비춰진다.
 여기서 어쩔 것인가. 이번에 드러난 우리의 보고 싶지 않은 면에 실망해 외국으로 도피할 수도 없다. 어찌됐든 우리는 이 땅에서 우리의 후손들에게 건강한 문명을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메르스로 인해 우리의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가 다시 설 수 있는 길을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하겠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특히 남을 배려하는 개인의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하며, 우리에게는 위기에서 항상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극복 유전자가 있음을 자녀나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2009년 신종플루 발생시 국내 첫 환자였던 51세 수녀가 스스로 격리에 들어가 보건 당국에 신고한 사례, 2003년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국내 첫 환자가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에 입국하면서 증세가 발견돼 바로 격리되고 그가 탑승한 비행기의 탑승객들에 대해 잠복기 동안 추적 조사를 실시해 사스 확산을 막은 사례는 우리에게 '오늘'과 다른 저력이 있음을 보여 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