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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불빛축제 정체성 점검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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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5-07-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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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말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과 형산강 체육공원 일대에서 포항의 대표 축제인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하니 이제 어지간히 소문도 났을 법하고 정체성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포항 시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민들, 전국의 관광객들이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들 것으로 보인다.
 포항이 국제불꽃축제를 열게 된 유래를 살펴보면 일목요연한 목적이 엿보인다. 가장 먼저 고대 태양숭배사상과 연관된 '연오랑 세오녀'의 설화 현장이 포항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또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호미곶의 일출'도 자랑할 만한 콘텐츠다.
 조국의 산업을 일으킨 '포스코의 용광로'도 빛과 연관이 있다. 여기에 첨단의 불빛으로 포스텍의 '방사광 가속기'도 명분이 된다. 마지막으로 포항은 미래를 열어가는 영일만항의 희망의 불빛을 들었다. 이 정도의 명분이라면 국제불빛축제를 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축제의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항이 가진 '불'과 '빛'의 정체성이 오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아서 아쉽기 그지없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키워온 포항의 대표 축제이지만 여느 불꽃축제와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
 연오랑과 세오녀는 어디로 갔으며 호미곶의 장엄한 일출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분명히 '불빛' 축제라고 명명했음에도 '불꽃'에 치중하는 것은 지나친 대중 의존형 축제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축제란 그 도시의 상징적 문화행위다. 그 도시만의 특징을 도드라지게 드러내고 다른 곳에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킬러 콘텐츠' 하나 정도를 발굴해 집중하는 것이 현대의 축제다.
 세계 5대축제인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카니발,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스페인 발렌시아의 토마토축제, 영국 노팅힐축제, 일본 삿포로 눈꽃축제는 명분이 고스란히 살아있고 그래서 롱런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축제가 그러하듯이 개막식에서부터 폐막식에 이르기까지 '쇼쇼쇼'를 방불케 하는 공연이 주름잡고 참가자들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흥행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화적 저력을 키우는 데는 번번이 실패한다.
 이러한 폐단이 어찌 포항의 국제불빛축제 뿐이겠는가. 경주의 신라문화제도 변질된 지 오래고 각 지역의 고유 축제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거나 희한한 모습으로 바뀌어버렸다.
 문화적 저력은 막대한 예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결국은 그 지역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고 그 가치를 고양할 때 비로소 길러지는 존재다. 허공에서 화려하게 작렬하는 폭죽이 짙은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보다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번개처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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