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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버린 기억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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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5-08-1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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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0여년 대한민국은 산업발전의 달음박질이 급했다. 헐벗은 국민들의 삶이 달라졌고 어느듯 선진국 대열에 끼어 세계 어느 곳에 가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얻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은 것이 있는 법, 우리의 지난 기억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 경우가 있다.
 그것은 결국 우리 문화의 뿌리를 잊고 산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새마을운동이 펼쳐지면서 우리의 주거문화는 한순간에 바뀌었다. 초가집이 헐리고 슬라브지붕의 천편일률적인 국적불명의 건축물이 들어섰다.
  초가와 기와의 아름다운 선은 사라지고 사각형의 날카로운 스카이라인이 형성됐다. 채송화 피는 돌담과 그 아래 정겨운 장독대가 사라지고 고운 흙이 깔린 마당이 시멘트로 바뀌었다. 그 후 교유의 복식이 자취를 감추고 음식문화 조차 서양화되고 말았다.
 살림살이가 나아졌다 하더라도 정신문화가 흔들린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없다.
 뿌리가 흔들리고 나서 생긴 현상이라고 잘라 말할 수 없지만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론이다. 경제적 성과가 곧 만족스러운 삶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을 되찾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사회적인 불안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 이 노력은 반드시 필요할지 모른다.
 경주는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거기에서 위안을 받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도시 중 하나다.
  물론 문화재정비를 목적으로 아름다운 골목길과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쪽샘거리를 무자비하게 도려내버린 과오를 범하기는 했지만 아직 경주는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민속마을로 포장된 전국의 몇몇 한옥마을은 이미 관광지로 변질돼 진정한 과거의 기억을 되찾기 어렵게 됐다.
 경주는 황남, 사정, 인왕동에 50년 전쯤 우리가 막 가난에서 벗어날 때의 모습을 잘 간직한 곳이 있다. 버리지 말고 간직해야 할 소중한 보물들이다.
 그리고 50~60년 전 경주의 모습을 담은 영상기록물들도 사라지기 전에 찾아내야 한다.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분류해 시민들과 국민들에게 공개한다면 또 하나의 중요한 문화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경주를 기억하거나 경주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주는 일은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부끄럽지 않게 상향조정되는 것은 미래로의 집착이 아니라 과거로의 정신적 회귀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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