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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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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5-09-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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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설화인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현장이 어디인지 아는 경주시민은 많지 않다. 또 설화 자체도 이제는 거의 잊혀가는 있다. 신라 제48대 경문왕 때 왕의 의관을 만드는 복두장은 홀로 아는 비밀을 평생 말하지 않다가 죽게 될 때 도림사의 대밭에 들어가 대나무에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의 귀"라고 소리 질렀다. 그후 바람이 불 때면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그 소문이 도성에 퍼져 나갔다. 임금은 이것을 싫어해 대나무를 베어 버리고 그곳에 산수유를 심어버렸다.
 설화의 의미와 현대적 해석을 통해 이 설화의 중요성을 얘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이 설화의 현장 정도는 우리가 보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설화의 현장인 도림사가 어디에 붙었는지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시민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배반 네거리에서 보문관광단지 쪽으로 난 지하차도를 지나자말자 오른편이 도림사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 절터에는 모전석탑기로 신라초기의 절터와 탑지가 있다. 이 절터를 찾아가기는 매우 힘이 들다. 주차할 공간은 아예 없고 지하차도를 빠져나오는 차들로 말미암아 접근하기가 매우 위험하다. 또 절터 어디에도 이곳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현장이라는 친절하게 안내돼 있지 않다.
 경주에는 무수하게 많은 문화재들이 있고 이들 문화재에 모두 무거운 의미를 두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경주의 문화재 보존 정책을 보면 매우 아쉬운 점이 많다.
 도림사지가 가진 설화의 힘은 엄청나다. 이 설화의 의미는 시시각각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포장만 잘 한다면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다. 문화재 발굴조사를 거치고 주변을 이야기 테마파크로 만든다면 보문관광단지에 진입하는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신라의 설화를 한 곳에 모아 공원을 만든다는 구상을 해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의 이야기 자산을 활용하면 이야기가 대세인 시대에 또 다른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경주는 천년을 넘은 설화자원이 도처에 널려 있다. 이 설화자원을 세계화하는 것이 경주 관광의 핵심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세계화란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시민들부터, 국민들부터 신라 설화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서서히 세계에 소개해야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대밭에서 퍼져나가듯이.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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