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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고향에서만 느낄 그리움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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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5-09-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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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아이들의 고향은 아파트다. 그러므로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없다. 과거 명절만 되면 수도권의 귀성객이 고향으로 이동하느라 밤을 새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이 완화됐다. 고향 찾기를 포기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거나 문화생활을 즐긴다. 새로울 것도 없는 풍속도다.
 고향을 찾아 추석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도 머릿속에 있는 고향은 이미 많이 바뀌었다. 추석의 의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작물 수확의 감사와 기쁨을 나누는 데 있다.
 하지만 산업사회, 도시사회화가 진행되면서 고유의 의미는 퇴색되고 오히려 제법 넉넉하게 쉴 수 있는 공휴일의 개념으로 변화했다. 이런 현실에서 젊은 세대들에게는 추석의 진정한 의미가 와 닿을 리가 없다. 연휴기간 동안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일로 바쁘다.
 간혹 추석에 신세대 며느리와 기성세대 시어머니의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일을 가진 며느리들은 시댁에 가기 싫어 당직을 자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직원들의 보너스 마련, 거래처 선물 걱정에 시달린다. 추석이 가진 원천적 기쁨은 사라져 버린 것 같다.
 30~40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면 추석만큼 즐거운 날이 없었다. 오죽하면 '더도 덜도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부엌과 마당에서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한 어머니와 추석빔을 마련하기 위해 대목장을 기웃거리던 기억을 떠올리면 행복하기 그지없다.
 고향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경주는 그나마 오래 전 고향의 모습을 온전하게 보전하고 있는 도시이기는 하다. 그 모습을 시민들은 자조적으로 '낙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돌려서 생각하면 '전통의 보존'이 더 어울리는 단어다. 추석이나 설과 같은 민족의 대명절에 어울리는 도시 중 하나가 경주다.
 하지만 도시의 모양은 그렇다지만 정서적 바탕은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많이 사라져 버린 것을 인정해야 한다. 명절의 전통은 가족과 마을 공동체 위주로 이뤄지지만 현대의 핵가족 시대에서 전통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이제는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 고작해야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상품권이나 발행하고 추석 대목에 전통지장을 찾아 한 바퀴 휙 돌아나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명절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도시 전체가 명절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도록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중문화 가수들을 불러와 하루 저녁 축제 즐기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고향을 떠나 1년에 한두 번 명절 때만 찾는 출향인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남길만한 고향의 그리움을 남길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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