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앞 고층 아파트, 세계인이 지켜본다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Home > 사설 > 사설

불국사 앞 고층 아파트, 세계인이 지켜본다

페이지 정보

경북신문 작성일15-09-29 17:19

본문

 국보 다보탑과 석가탑, 석굴암을 코앞에 두고 14층 높이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이 지역은 UNESCO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아파트의 허가에 법적인 하자가 없었다고 하지만 정서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이 아파트의 70%를 공기업인 한수원에서 직원 사택용으로 쓰기 위해 분양을 신청해 뒀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힐 일이다.
 사정은 이렇다. 경주시 진현동에의 불국사와 인접한 부지에 두산건설에서 시공할 예정인 '경주 두산 위브' 아파트가 들어선다. 이 아파트는 모두 730 세대이며 한수원은 이 중 500세대를 분양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아파트의 허가 과정에서 14층 높이로 지어지는 것은 경관에 문제가 있다며 주민들이 반발한 바 있다. 이곳의 지역 주민들이 살아가는 상가는 2~6층으로 제한한 것과 불국사 시래동 구획정리지역에 15m의 고도규제를 한 것에 비한다면 납득이 쉽지 않다. 당연히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말까지 나올 법하다.
 한술 더 뜨는 일이 있다. 당초 평당 590만원으로 책정됐던 분양가가 허가가 난 뒤 790만원으로 뛴 것은 시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다. 지난 4월 분양가 상한제가 없어지면서 시공사가 제멋대로 정한 분양가다. 그 뿐인가. 이 같은 분양가의 갑작스런 인상에 한수원이 한몫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현재 이 아파트는 주민들에 의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에 들어간 상태다.
 경주시는 이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이 국토이용에 관한 법률로 고도제한에 적용되는 곳이 아니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 미관지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시가지가 문화재법에 묶여, 고도 경주의 미관을 지키기 위해 재산권을 침해 받아가며 개발을 자제하는 것과 너무 판이한 현실이어서 시민 정서상 설득력이 없다. 한수원도 배짱 좋은 소리를 하고 있다. 문제가 있었다면 경주시에서도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경주시에 묻겠다. 법의 규제를 벗어났다고 해서 과연 천년고도 경주의 대표 유적지 앞에 고층 아파트를 허가해 줘도 된다는 말인지. 세월이 흐르고 난 뒤 토함산 신령한 산기슭에 산천과 어울리지 않는 초현대식 고층 아파트를 세우도록 허락한 사람들이 누군가를 묻는다면 자신 있게 자신이 했노라고 손을 들 수 있을 것인지.
 한수원에도 묻겠다. 수차례 사원들의 사택 문제로 본사 이전을 미루다가 하필이면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 나아가 인류의 문화유산 앞에 생뚱맞게 들어설 아파트에 둥지를 트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동안 시민들과 약속한 사업들을 차일피일 미루면서도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시민 정서를 배신해도 되는 것인지. 그것이 공기업의 도덕성인지.
 시민들에게 묻는다. 우리가 대를 이어 보존하고 지켜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떨어뜨릴 아파트 건립을 좌시하고 쳐다보고만 있을 것인지.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는 일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