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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없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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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5-10-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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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보면 우리 정책결정과 그 결과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가 이뤄놓은 경제성장도 결국 이같은 엉성한 정책을 기반으로 허점 많은 과정을 거친 결과물로서 매년 땜질을 해대야 하는 사상누각이 아닌가 하는 유추까지 나오게 한다.
 한국 블랙프라이데이는 '대폭 할인'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번 그랜드 세일 기간 동안 전자제품이나 명품 등 고가의 품목은 제외된 경우가 많고 구두나 핸드백, 의류의 할인율은 평균 30% 정도로 예년의 가을 정기세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최대 80%까지 깎아주는 것은 아웃도어 용품 같은 이월 상품이 대부분으로 이런 행사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니라도 수시로 진행된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이처럼 실속없이 진행되는 이유는 제조업체가 배제된 채 정부 주도로 불과 한 달만에 행사를 급조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준비를 했으니 제조업체들은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없다. 그런데다가 처음엔 중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했던 것이니만큼 지역에서는 별 영향도 못 미치고 있다. 서울의 주요 백화점은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의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는데, 행사 기간이 비록 며칠 남긴 했지만 지역에서는 남의 잔치에 불과한 것 같다.
 지역의 유통업체들은 블랙프라이데이가 진행되기 불과 며칠 앞두고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입주 매장업주들에게 50% 이상의 할일행사를 하라고 다그치다 이게 무리수라는 것을 알자 '갑질'을 슬그머니 내렸다. 정부의 정책이, 유통업체의 갑질이 이럴 진대 제대로 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될 리가 없다.
 평시에 대형 소매유통업체에 입점한 매장들은 백화점이 20~30여%의 수수료를 떼 가면 사실 남는게 겨우 10% 남짓이다. 이런데다 50% 세일을 강요하게 되면 멀쩡한 원가를 50% 이상 높게 표시해 놓고 50% 할인하는, 사실상의 속임수 세일과 악성재고품을 내놔 떨이로 판매하는 방법 밖에 없다. 지금의 코리아 그랜드 세일 행사도 자칫 이 지경까지 갈 뻔 했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번의 코리아 그랜드 세일에 대형가전업체들과 전통시장의 참여폭이 적다든가, 추석 세일이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고 가을 정기세일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 행사가 겹친 점, 블랙프라이데와 코리아 그랜드 세일 행사에 대해 소비자는 물론 유통업체들도 헷갈려 하는 점 등도 문제다.
 모두 깊은 고려 없이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다 이뤄진 탓이다. 정부의 정책이 이렇듯 가벼우니 다른 정책들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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