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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에 하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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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5-10-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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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날이다. 이날은 한동안 국경일에서 제외됐다가 다시 지정된 곡경을 치렀다. 한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한글이 만들어진 날을 국경일에서 제외했던 과거 위정자들의 생각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다시 온 나라가 한글 창제를 기념하고 경사스러워 하는 날로 바뀌었으니 다행스럽다. 스스로 문자를 만들고 그 날을 기념하는 민족은 전세계에서 우리뿐이라고 하니 그것도 참 의미가 깊다.
 한글의 창제 이념은 애민정신에 있다. 세종대왕께서 어려운 한문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성들은 위해 쉽게 익혀 쓸 수 있는 문자를 만들었다. 이 또한 세계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다 합리성과 독창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문자의 모양새는 발음기관의 모습을 본떴고 기본 자음에 획을 하나씩 더한, 이를테면 'ㄱ', 'ㅋ', 'ㄲ' 같은 동일 계열의 글자를 만들었으니 그 창의성 또한 혀를 내두를만하다.
 언어는 본능적으로 터득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모국어는 살아온 환경과 문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모국어를 잃어버린 민족은 역사 속에서도 사라진다. 세계에는 자신들의 모국어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민족이 많다. 그들은 역사의 주인공에서 비껴나 있다. 대부분 식민지로 살거나 다민족 국가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해 있다.
 음성언어도 중요하지만 문자언어는 더욱 값어치가 있다. 역사를 기록할 수 있고 문학작품을 남길 수 있다. 한글은 그동안 우리 민족의 얼과 사상을 담은 다양한 기록을 남겼으며 신문학 100년을 끌고온 원동력이었다. 일제의 압제에서도 우리 민족은 우리의 글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더러는 감옥에도 가고 더러는 곡경을 치렀지만 결국 일제 45년동안 우리의 한글은 견고하게 지켜졌다.
 하지만 우리에게 큰 숙제가 다시 남겨졌다. 그것은 분단 70년이 지나면서 남북 사이에 말과 글이 서로 많이 달려졌다는 점이다. 통일된 한국에는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한글날은 10월 9일이지만 북한의 한글날은 1월 15일 '조선글날'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여기에 더한 것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고 외래어는 무분별하게 범람하고 있다.
 한글을 떼 내기 전인 아이들에게 외국어교육을 시키는 현실도 참담하다. 우리말과 글을 정확하게 구사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우선돼야 함에도 너도나도 영어, 중국어부터 가르치는 교육현실도 고쳐야 한다. 글로벌 국가로 나서기 전에 정체성과 주체성을 지닌 민족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한글날에만 하는 고민이 아니기를 바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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