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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밤문화 새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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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5-12-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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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의 밤은 어둡다. 저녁 9시만 넘어가면 구시가지의 상가가 하나 둘 문을 닫고 불을 끈다. 곧 구시가지는 어둠에 파묻힌다. 10시만 넘어가면 인적마저 드물다. 특히 겨울철에는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어느 시골마을도 아닌 국제적인 역사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경주 밤문화의 현주소다.
 중심상가의 경기가 수년째 침체해 있고 소비자가 찾지 않는 상점에 우두커니 앉아 있을 주인은 없다. 상가가 어두워지니 시민들이나 관광객들도 자연스럽게 9시 이후에는 발길을 끊는다.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중심상가뿐만 아니다. 경주시 전체가 어둡다. 도심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면 우범지역처럼 캄캄한 어둠이 기다린다. 경주고등학교 앞은 아예 암흑천지다. 늦은 밤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귀가하는 학생들은 그 어둠을 뚫고 외롭게 귀가한다.
 세계 어느 문화관광도시가 이처럼 스산한 밤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대부분 문화관광도시의 중심가에는 밤이 이슥할 때까지 시민과 광광객들이 어울려 활기를 띈다. 술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역동감이 넘치고 그 도시를 기억할 때마다 아련한 향수에 젖게 된다. 그래서 그 도시를 다시 찾으려 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조도를 높여야 한다. 어디를 가도 밝고 화사한 불빛 아래 안전하고 아늑한 느낌을 줘야 한다. 관광객들은 보문단지나 시내 숙소에서 머물 뿐 시내 중심상가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길 잃을까 염려할 수준이다.
 중심상가의 업종도 다양화 돼야 한다. 단순하게 시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업종들만 오순도순 모여 있어서는 관광도시로서 기능을 하지 못한다. 펍도 있어야 하고 선술집도 있어야 한다.
 도심에서 벗어난 한 섹터를 정해서 야시장을 활성화 시킬 필요도 있다. 물론 경주시의 허가를 받은 점포들이어야 한다. 경주의 상권은 너무 점잖다. 행여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만한 사건이 생길까봐 노심초사하는 듯한 느낌이다. 현대인들의 시민의식은 이미 그 정도의 수준을 넘어선다. 시내 중심가에 젊은이들이 드나들 클럽 하나 없는 도시가 경주다. 젊은 여행객들이 건강한 밤문화에 젖을 아이템이 절대 부족하다.
 경주시민들은 밤문화에 인색하다. 마치 범죄의 온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기찬 도시가 돼야 상권이 살아나고 인구가 늘어난다. 관광도시는 24시간 풀가동이 돼야 한다.
 경주는 점잖다 못해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무리 훌륭한 관광 콘텐츠가 넘쳐난다 하더라도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모자라면 외면 받는다.
 경주의 밤은 너무 어둡다. 밤하늘의 별을 팔아먹을 도시가 아니라면 조도를 높여야 한다. 시민들의 생활보호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어둡고 침체된 모습을 보인다면 신라 천년고도로 화석화 된 도시로 오인받을 수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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