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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고 외치는 후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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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03-0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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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와 구호로 외친다. 그리고 어김없이 운동화를 졸라매고 민생투어에 나선다. 시장은 그들이 찾아가는 최고의 작전지역이다. 시장에 나온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순대와 떡볶이를 먹으며 여러분들의 삶을 이해하고 아픔을 해결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한다. 그야말로 유권자들이 시키면 간첩과 사기꾼을 제외하고는 모두 할 듯이 행동한다.
 선거가 끝나면 현장에서는 그들의 코빼기도 볼 수가 없다. '현장에 답이 있다'던 당선자는 유력인사와 보스 정치인에게 답이 있다는 듯이 철저하게 현장을 외면한다. 한두 번 겪어본 일이 아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선거가 끝나고 나서 어김없이 후회한다. 배신감은 물론이고 정치인의 표리부동에 혐오감마저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기간이 되면 유권자들은 마치 마취되듯이 후보자들의 행동에 감염돼 버린다.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먹고 살고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먹고 산다. 선거가 본격적으로 불붙으면 이 모습은 점입가경이 된다. 평소에 보던 후보자의 당당한은 눈곱만큼도 볼 수 없고 필요 이상으로 굽신 거리고 상냥하고 비굴한 모습을 보게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필코 있어야 하는 제도가 선거지만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최악의 제도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정직하지 않다는 전제를 둘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과거 후보자들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돼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메니페스토 운동'이다.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골목길까지 정비해 주겠다고 나서는 후보자들은 당선 후 그 공약이 지켜지지 않으면 '주민소환'이라는 곤장까지 맞게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아직도 후보자들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헛공약을 남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니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던져보지만 유권자들은 그 말에 현혹돼 아까운 한 표를 던질 수도 있다.'현장에 답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후보자들에게 평소 현장에 얼마나 나와 봤는지 현장에서 바로 물어봐야 한다. 평소에는 서울에서 한 조직의 최고 상위층에 앉아 보고만 받던 사람이, 국회의사당에서 당리당략에 얽매였던 사람이, 지방의 한 상류사회에서 그들만의 사회를 구성해 살던 사람이 한순간 거리를 돌아다니며 외치는 구호가 진실인지 따져야 한다.
 이 모든 폐단을 없애기 위해 선거는 축제가 돼야 한다. 진정한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정의롭고 용기 있는 사람이 후보로 등장해 유권자들의 민의를 국정에 반영하고, 승리와 패배의 뚜렷한 선이 사라지고 선거가 끝난 후 서로가 부둥켜안고 국가 발전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을 맹세하는 그런 선거문화가 절실하다. 이 생각은 물론 꿈같은 희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축제같은 선거로 바꿀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생뚱맞게 '현장에 답이 있다'고 외치는 후보들이 발붙일 수 없는 선거문화를 만들면 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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