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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 생가복원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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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03-0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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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도시다. 도시 전체가 모차르트의 흔적으로 꾸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모차르트가 살았던 집은 두 채가 고스란히 보존돼 관광객들을 맞는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이처럼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문화관광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체코의 프라하에는 카프카의 도시다. 구시가지 광장 주변 곳곳에 카프카를 기리는 유적이 남겨져 있고  관련된 책과 기념품들이 판매된다. 카프카가 잠시 머물며 그의 대표작들을 집필했던 황금소로의 여동생 집은 프라하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다.
 이밖에도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한 예술가가 그 도시에서 태어났거나 생활하고 작품 활동을 했던 자취만 있다면 확실하게 잘 활용한다. 꾸미고 가꿔서 자원화해 놓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이름만 대면 모두 잘 알고 있는 예술가들이다. 예술가의 일생을 스토리텔링해서 올리는 관광수입은 전체 관광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경주가 낳은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생가 복원사업이 시작된다. 경주시는 동리 생가 복원을 위해 올해부터 31억원을 들여 부지 매입 등의 절차를 거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동리 생가는 1천400여 ㎡ 규모로 본채와 사랑채, 디딜방앗간 등의 시설을 오는 2018년까지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다. 경주시는 동리 생가 건립 사업으로 동리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새로운 문학 기행 코스로도 개발할 방침이다.
 동리 생가 복원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역의 예술인들과 언론이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경주시는 부지 매입에 난색을 표시하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미 동리와 함께 대한민국 현대문학을 이끌었던 시인 박목월의 생가는 복원됐음에도 동리 생가는 우물쭈물 시간만 흘려보냈다. 결국 동리 탄생 100주년이던 2014년에도 전국적인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고향인 경주는 이렇다할만한 행사를 열지 못했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동리 생가의 복원은 결국 경주시의 문화적 자존심을 지키는 중요한 결단이기 때문이다. 동리와 같은 예술가가 언제 또 경주에서 태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경주시가 동리의 생가를 복원키로 결정했다면 이제 제대로 복원하는 일만 남았다.
 단순하게 동리의 출생지를 표시한다는 개념이라면 예산 낭비다. 문학 기행 코스로 개발한다고 하니 기대해볼만 하다. 모차르트나 카프카를 활용해 관광산업을 일으키는 관광 선진국의 예를 벤치마킹해도 좋다. 물론 그들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예술가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문화적 성과를 이룬 인물들이다. 결국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동리, 목월이라는 엄청난 문화적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안일했던 경주시의 문화정책은 지금이라도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문학관 하나 지어놨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 획기적이고 기발한 방법의 문화자원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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