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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 퍼레이드를 부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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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03-2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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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꽃은 퍼레이드다. 경주의 축제에 퍼레이드가 사라진지 오래다. 축제를 성공적으로 펼치려면 가능하면 퍼레이드를 부활해야 한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민속축제에는 거인과 용이 등장한다. 거인과 용의 크기는 9m에 이르며 무게는 350kg을 넘긴다. 이 거인상은 14세기에 유럽 여러 도시의 종교축제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후 벨기에와 프랑스의 여러 도시들은 이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거인과 용은 그 도시의 역사와 종교에 등장하는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펼쳐지는 카니발의 퍼레이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한 도시에 퍼레이드 거리를 만들어 축제 기간 동안에는 퍼레이드와 축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게 한다. 당연히 그 거리는 도심이다.
 축제의 나라 태국에서는 태국력으로 새해를 맞는 4월이면 전국에서 물축제인 송크란페스티벌을 연다. 지난해의 안 좋은 기운을 씻어내고 새해에는 좋은 기운이 들어오도록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는 의식이다. 이 시기에 태국 전역에서는 물동이를 들고 길거리에 나와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물세례를 퍼붓는다. 송구영신의 뜻을 가진 송크란과 비슷한 의미의 축제는 인도의 홀리축제와 라오스의 피마이, 중국 윈난성 남부의 발수절 등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세계의 유수한 축제들은 모두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동참을 한다. 정해진 주체들이 축제를 만들고 시민들이 그냥 우두커니 바라보는 것은 축제가 아니라 그냥 '쇼'다. 진정한 축제는 시민 누구나 어디에서나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축제가 장수할 수 있다.
 경주는 축제하기에 다양한 소재를 안고 있는 도시다. 작고 큰 축제가 이미 여러 가지지만 과거 신라문화제처럼 화려하고 흥겨운 축제는 사라져버렸다. 모두 도식화 돼 있고 보여주기 위한 축제로 변질됐다. 시민들은 프로그램이 빼곡하게 적힌 안내책자를 보고 이리저리 구경하는 정도에 그친다.
 퍼레이드를 부활해야 하는 이유는 축제 마당을 도시 전체로 끌고 나오기 위해서이다. 언제부턴가 축제는 한 곳을 정해 그 영역 안에서만 치러진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무질서한 교통난, 소란스러움으로 인한 민원을 우려해서 그런 관행이 내려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주는 그 정도로 복잡한 도시가 아니다. 축제기간동안 한 도시가 마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차를 세워두고 시가지로 진입해 즐기고 누려야 하는 것이 축제다.
 과거 황성공원에서 출발해 원도심을 합 바퀴 돌던 퍼레이드를 기억해 보자.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이 광경을 보러 경주로 몰려왔다. 지금은 다양한 매체가 생겨 퍼레이드가 싱거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 등장한 메커니즘으로 꾸미면 새로울 수 있다. 고적대가 선두에 서고 중간중간 농악대가 끼어들어 도시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퍼레이드가 사라진 축제는 맥이 빠진 축제일 수밖에 없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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