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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느 시골 기차역의 미담을 본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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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03-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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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홋카이도의 규시라타키역의 이용객은 단 한 사람이었다. 기차를 타고 통학을 하는 여고생 한 사람 때문에 훗카이도의 철도 운영사인 JR 훗카이도사는 역을 폐지하지 않았다. 여고생은 기차를 타고 내릴 때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자신밖에 없었다고 술회했다. 규시라타키역이 25일 문을 닫았다. 유일한 고객이었던 여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해 도쿄의 대학으로 진학했기 때문이다.
 규시라타키역은 1932년부터 기차 운행을 시작했다. 여객이 줄어들고 여고생 한 사람만 남게 되자 이 여고생의 통학시간을 고려해 아침과 저녁 단 두 차례만 운행했다. 당연히 JR 훗카이도사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다. JR 훗카이도사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이웃주민들은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회사에 성의를 표시했다. 일본 인터넷방송 커뮤니티인 니코니코 동화는 규시라타키역의 폐역 현장을 오전 6시 30분부터 생중계했다. 일본 국민 전체가 이 역이 문을 닫는 모습을 지켜봤다.
 일본의 시골 역 하나에서 우리는 번개처럼 머리를 치고 가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공공기관도 아닌 사기업이 이용객 한 사람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도 열차를 운행했다는 점은 전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우리도 본받아야 할 점이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행정기관에서는 반드시 그 정신을 배워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매우 발전됐다. 어두운 곳, 소외받는 곳의 주민을 위해 복지담당 공무원은 매일같이 발품을 팔아 현장을 누빈다.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발견하면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그것이 불가능해지면 민간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결국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을 하나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복지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아직도 모자라는 부분이 많다. 단 한 사람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 거액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과감한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산 투입대비 효과를 먼저 따지는 것이 관행이다. 모든 공공기관과 기업이 마찬가지다. 이제는 그 관행을 깨야 한다. 특히 기업은 이 부분을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눈앞의 손익계산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미래지향적 운영방법이 아니다.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기업이 공익을 위해 헌신할 때 기업 이미지는 크게 높아진다. JR 훗카이도사가 한 사람의 고객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열차를 운행한 것은 휴머니즘에서 출발했다. 그 구간을 운영하며 누적된 적자보다 그 선행이 일본 전역에 알려져 얻을 브랜드 가치 상승은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운영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사기업의 운영보다 더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한 사람의 낙오자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치밀한 복지를 펼칠 때 비로소 그 사회는 살맛나는 사회로 바뀐다. 규시라타키역의 모범적 운영을 다시 한 번 되새기자.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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