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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동리`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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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04-0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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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설화의 발상지인 울산에서 지난 2002년 제작된 '뮤지컬 처용'은 우리나라 대표 연극 연출가 임영웅씨가 연출을 했고 남경주, 강부자씨가 출연한 작품이었다. 울산시는 이 작품에 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울산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키우겠다고 장담했지만 3차례 공연한 후 중단됐다. 그 후 울산시민이나 문화계,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뮤지컬 처용'의 재활용에 대해 촉구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2013년 경주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있었다. 동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경주시가 제작한 뮤지컬 '무녀도동리'가 그것이다. 당시 경주시립극단 예술감독이었던 엄기백씨가 제작했던 이 뮤지컬은 9월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됐고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위치한 '극장龍'에서 10월에 24회 공연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당시 언론들과 경주시의 기대는 대단했다.
 한 언론은 '한국문단을 이끌어 온 경주 출신의 대문호 김동리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경주시와 (재)경주문화재단이 야심차게 준비한 뮤지컬 무녀도동리는 일단 이번 경주 초연 무대를 성황리에 마무리함으로써 경주시의 대표 문화상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일차적으로 달성했다는 평가다'라고 썼다.
 또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龍에서의 후속공연은 경주공연 전석매진의 여세를 몰아 흥행과 경주發 문화전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음으로써 전 국민이 사랑하는 경주시 브랜드 문화상품의 완성에 방점을 찍게 될 전망'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당시 경주시는 뮤지컬 '무녀도동리'의 제작 과정은 지역의 척박한 문화적 기반과 한정된 인프라를 극복하고 자생적인 문화적 자산을 최대로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디에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은 경주의 예술역량을 뽐내고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제공됐다고 자평했다.
 '무녀도동리'의 실패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김동리 소설 '무녀도'의 자의적 해석이 문제였다. 물론 원작에 충실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원작이 주는 메시지가 워낙 강해 엄기백식 해석이 먹혀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이유는 출연진이다.
 울산의 뮤지컬 '처용'이 실패한 이유와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울산은 시립극단이 없고 경주는 있다는 점이다. 자체 역량을 충분히 키울 수 있으며 경주의 인적자원으로 그 작품을 수정하면서 계속 상연할 수 있었을 텐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단됐다.
 지역 문화상품을 개발할 때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제대로된 문화상품이 절실한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복기해야 할 일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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